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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라면 사려고 2시간 줄 섰어요"…475m 거리 채운 구미라면축제

  • 갓 튀긴 라면 구매 행렬 400m 이어져

  • 송이·능이·복튀김 더한 프리미엄 메뉴

  • 구미산 밀 100% 라면축제면 한정판매

  • 지역 음식점·농가 함께하는 상생 축제

지난 6일 경북 구미역 앞에서 열린 2026 구미라면축제에서 방문객들이 신라면 포토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경북 구미역 앞에서 열린 '2026 구미라면축제'에서 방문객들이 신라면 포토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이게 다 라면 사는 줄이에요?"

지난 6일 찾은 경북 구미역 앞 역전로 일대에 수상한 줄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봉지라면. 집 앞 편의점에도 있는 라면을 굳이 기차 타고 다른 도시까지 와서 사 갈 이유가 있을까. '2026 구미라면축제'에는 그 답이 있었다. 1년 중 딱 사흘, 당일 생산돼 공장에서 직송되는 '갓 튀긴 라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스트리트'를 주제로 한 구미라면축제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구미역 앞 475m 도로를 중심으로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구미시와 농심이 함께 기획한 지역 상생형 축제다. 첫해인 2022년 방문객 1만5000명으로 출발해 지난해 35만명으로 몸집을 키웠다. 올해 구미시는 지역 인구(약 40만명)에 맞먹는 40만명 이상의 방문객 유치를 기대했다.

축제의 대표 상품인 갓 튀긴 라면은 지난해에만 약 48만개가 판매됐다. 라면을 가득 담은 비닐 가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라면 백팩'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올해 역시 인기는 뜨거웠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판매 부스가 설치된 구미초등학교에서 시작한 줄은 구미역 앞 역전로까지 400여m 이어졌다.

대기줄에서 만난 성민규씨(30)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를 찾았다. 지난해 구매했던 갓 튀긴 라면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왔다는 그는 이날도 약 두 시간을 기다려 라면을 구입했다. 성씨는 "지난해 와보니 부스도 괜찮고 라면도 맛있어서 다시 오고 싶었다"며 "당일 만든 라면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건 어디에서도 못 하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의 갓 튀긴 라면 판매장 갓랜드 앞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의 갓 튀긴 라면 판매장 '갓랜드' 앞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에서 판매한 이색 라면 요리들 복튀김과 전복·바지락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에서 판매한 이색 라면 요리들. 복튀김과 전복·바지락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사진=김현아 기자]

구매 행렬을 지나 라면 레스토랑으로 향하자 이번에는 메뉴판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바지락과 전복을 넣은 라면부터 크림과 삼겹살을 더한 면 요리까지, 익숙한 라면에 낯선 조합을 더한 메뉴들이 늘어서 있었다. 올해는 라면 레스토랑 25곳과 라면 트럭 8대 등 총 33개 음식점이 참여했다. 여러 메뉴를 조금씩 먹을 수 있도록 양과 가격을 줄인 '반띵 라면'은 9종 마련됐다.

특히 올해는 '프리미엄' 메뉴인 송이·능이 라면과 참복을 활용한 복튀김 라면이 추가됐다. 직접 맛본 송이·능이 라면은 버섯 향이 먼저 입맛을 당겼다. 짙은 갈색 국물에는 버섯의 풍미가 배어 있었고 면 사이로 버섯을 건져 먹는 재미가 있었다. 복튀김 라면 위에 올라간 튀김은 전문점에서 따로 주문한 요리 못지않았다.

송이·능이 라면을 준비한 오광진씨(65)는 9월 말부터 재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송이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커졌지만 프리미엄 메뉴가 축제의 메인인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라면에 송이와 능이를 함께 넣어 우리 식재료의 맛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면 한 그릇이 축제 메뉴로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획단은 축제 5개월 전 참여 셰프를 모집하고 조리심사와 면접을 진행했다. 선정 이후에는 컨설팅을 거쳐 메뉴를 다듬었다.

구미 상모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종수씨(44)는 "치열한 경쟁을 거쳤지만 준비 과정이 재미있었고 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축제를 통해 구미와 지역 맛집을 알게 되고 찾아올 걸 생각하니 소상공인 입장에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에 참여한 오광진씨가 송이·능이를 넣은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에 참여한 오광진씨가 송이·능이를 넣은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에 참여한 박종수씨가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에 참여한 박종수씨가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한국 라면을 자신만의 요리로 풀어내려는 도전은 국경을 넘어 이어졌다. 올해 처음 열린 프로그램 '글로벌 라면 챌린지'에는 세계 80개국에서 1263팀이 지원했다. 레시피와 조리 영상 등을 평가하는 두 차례 예선을 거쳐 미국·폴란드·멕시코·페루·이집트·나이지리아 등에서 온 13팀이 결선에 진출했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시애틀 거주 참가자 린지 캐서린씨(33)는 "여러 나라 라면 가운데 한국 라면이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며 "축제에서 다양한 라면을 맛보며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기 위한 영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공작소와 농심 팝업스토어에서는 방문객이 직접 라면을 만드는 체험이 진행됐다. 면과 수프, 건더기를 고르고 용기를 꾸며 자신만의 라면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방문객들은 라면 조형물 앞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며 축제를 즐겼다.

농심과 구미시가 협업해 출시한 상생 제품 '구미라면축제면'은 축제의 특별함을 더했다. 면에 사용하는 밀가루를 구미산 밀 100%로 구성한 한정판으로, 얼큰한 소고기장국 스타일의 국물에 표고버섯·당근·청경채 등을 더했다. 농심은 구미공장에서 총 20만봉을 한정 생산하고 축제 현장과 농심몰에서 판매했다.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 농심 부스에서 직원이 방문객이 고른 재료로 컵라면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2026 구미라면축제' 농심 부스에서 직원이 방문객이 고른 재료로 컵라면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경북 구미역 앞에서 열린 2026 구미라면축제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먹고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6일 경북 구미역 앞에서 열린 '2026 구미라면축제'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먹고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방문객의 발길은 인근 상권의 매출로도 이어졌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 사흘간 행사장 내 라면·요리 판매액은 약 10억원이었다. 빅데이터로 파악한 행사장 인근 상권 매출은 약 28억6000만원에 달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축제 기간에는 매출이 평소의 10배 이상 나온다"며 "1년 중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을 데리고 축제를 찾았다는 구미시민 박다솜씨는 "구미는 관광도시라기보다 공장이 있는 도시인데 사람들이 찾아와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며 "축제를 통해 구미를 알게 되는 사람도 많아 주민들도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사흘간의 축제가 연중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지역 음식점 약 12곳이 축제 메뉴를 상시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는 이를 20곳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우수 메뉴를 판매하고 체험·전시 공간을 갖춘 '구미라면관' 조성도 준비하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역 기업과 자영업자, 농민이 함께하는 축제를 지역 발전으로 연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라면축제를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능가하는 아시아의 대축제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