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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7개국 슈퍼마켓 냉장고 해킹…러시아 연계설도 제기

  • 냉장고 온도 50℃까지 상승…3주전 프랑스 냉장고 해킹 재연

  • 올해 냉장 설비 해킹 20여 건…상당수 친러 해커 집단과 연관

스웨덴 셰보의 ICA 크반툼 슈퍼마켓 직원들이 2일현지시간 해킹 공격으로 냉동고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은 뒤 폐기해야 하는 냉동식품을 쇼핑 카트에 옮기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스웨덴 셰보의 ICA 크반툼 슈퍼마켓 직원들이 2일(현지시간) 해킹 공격으로 냉동고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은 뒤 폐기해야 하는 냉동식품을 쇼핑 카트에 옮기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벨기에·스웨덴·핀란드·아일랜드 등 유럽 7개국 슈퍼마켓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냉장고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치솟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달 프랑스 슈퍼마켓 냉장고 해킹 사태가 3주 만에 유럽 각국에서 재연되면서 식품 공급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공격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나 중국 연계 해커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냉장고 온도 50℃까지 상승…3주전 프랑스 냉장고 해킹 재연


A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핀란드 등에서 슈퍼마켓 등 식료품 유통업체의 냉장고·냉동고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유통업체들은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프랑스에서 해커들이 여러 유통업체의 슈퍼마켓 냉장고 온도를 50도로 올리는 사이버 공격을 벌여 수백 개 매장이 피해를 봤는데, 약 3주 만에 유사한 사례가 유럽 곳곳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곳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의 아홀드 델하이즈, 까르푸, 스파, 스웨덴의 ICA와 쿠프, 아일랜드의 슈퍼밸류 등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수십 개 매장이다.

특히 이번에 영향을 받은 냉장 설비 중에는 덴마크 기업 댄포스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제품도 포함됐다. 댄포스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슈퍼마켓 냉장고 해킹 당시에도 공격 대상이 된 업체다.

상업용 냉장고는 온도 등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외부에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리 시스템에 보안 취약점이 있으면 해커가 침입해 온도 설정 등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

특히 냉장 설비는 컴퓨터나 스마트폰만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하려면 설비를 일정 시간 오프라인 상태로 전환해야 할 수 있는데, 식품을 보관하는 슈퍼마켓 입장에서는 냉장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슈퍼마켓 해킹 사건 이후 여러 소매업체가 댄포스 냉장 시스템을 보안 점검과 업데이트를 위해 오프라인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주 기준으로도 약 5000개의 댄포스 냉장 시스템이 인터넷에 노출돼 잠재적인 사이버 공격 위험에 놓여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올해 냉장 설비 해킹 20여 건…상당수 친러 해커 집단과 연관

이번 유럽 냉장고 해킹 사건의 배후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정치적 목적을 내세운 해커 집단이나 랜섬웨어 조직 중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곳도 없다.

다만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국가 연계 세력이 사이버 공격 능력을 과시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기 위해 벌인 공격일 가능성과 개인 해커의 소행일 가능성을 모두 제기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업체 소포스의 레이프 필링 위협정보 담당 수석책임자는 가디언에 국가 연계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사이버 공격이 대규모 인구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주목했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식품이 사라지는 모습을 소비자들이 직접 목격하면 사회적 불안과 식품 공급망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사건에서 러시아나 중국 연계 해커들도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사이버 보안업체 포레스카우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냉장 설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20건 이상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친러시아 성향의 해커 활동가 집단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서방 정보기관 수장들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보타주(파괴·교란 공작)를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같은 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양국의 긴급 경보 시스템이 해킹돼 핵 공격이 임박했다는 등의 허위 메시지가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대국민 공습경보 앱은 전날 오후 11시께 수도 키이우 등지에 핵·화학 공격을 경고하는 허위 메시지를 발송했다. 우크라이나 앱이 해킹된 지 몇 시간 뒤에는 러시아 비상사태부의 자체 경보 앱도 "핵 공격이 임박했다" 등의 허위 메시지를 내보냈다. 러시아 측은 허위 메시지가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경보 앱 해킹의 배후 역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측은 공격 주체를 공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