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클러스터 등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에 정부 예산 2조원 투입
삼전닉스 법인세 100조원 전망…정부 지원은 생산기반 구축에 편중
중국 최근 10년간 138조 규모 국가 기금 조성…CXMT·YMTC 등 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에 따른 법인세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반도체 생산 기반 확충에 편성한 예산은 2조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법인세와 비교하면 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130조원 넘는 규모로 국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해 자국 기업에 직접 자본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와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수도권 반도체 생산시설 조기 가동과 서남권 클러스터 구축 등 생산 기반 확충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내년 반도체 산업 지원 예산은 총 3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생산 기반 확충에 2조원, 원천기술 개발과 인재양성 등 초격차 생태계 구축에 1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신설되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는 2조6000억원 규모다. 기업의 공장 건설비를 직접 보조하기보다 산업단지와 주변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정부 지원 규모는 반도체 기업들이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수준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은 각각 3조9876억원, 7조2207억원으로 총 11조2083억원에 달했다. 올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까지 반영되면 법인세가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이 세제 혜택과 기반시설 확충을 중심으로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국가 자본을 직접 투입해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4년 1387억 위안(약 28조원) 규모로 1차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한 데 이어 2019년 2041억 위안(약 41조원), 2024년 3440억 위안(약 69조원) 등 후속 기금을 조성했다. 세 차례에 걸친 누적 조성 규모는 약 138조원이다. 이 기금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와 설계, 패키징, 장비·소재 등 공급망 전반에 투자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 SMIC와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다. 차세대 D램 기술 '4F²(4F 스퀘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국가와 지방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에 들어서며 기업의 설비투자 부담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과 첨단 패키징, 신규 생산시설 구축에 수백조 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기반시설과 세제 지원뿐 아니라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금융과 직접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서남권과 용인, 충청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원활하게 조성하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신속하고 충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제조 경쟁력의 기반인 소재·부품·장비와 미래 성장동력인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