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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 지렛대 쥔 김정은 '자신감 외교' 복귀…제재 완화 카드 힘 빠지나

  • 군사는 러시아·경제는 중국…북미대화 서두를 이유 줄어

  • 정부 '핵 동결-제재 완화' 구상 약화…"한미 공조로 협상력 확보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3일 베이징 톈안먼 성루망루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보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해 9월 베이징 톈안먼 성루(망루)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관람하는 모습.[사진=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이어 중국과의 경제협력 복원에 나서며 대미 협상력 제고를 모색하고 있다. 북중러 협력을 지렛대 삼아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협상 여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제재 완화를 지렛대로 북미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공조를 강화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정치권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지난 24일 중국 단둥 방문에는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 인사들이 동행했다. 중국과의 관계 복원과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를 두면서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선택지를 넓히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번 방중을 “정상외교로의 복귀, 어찌 보면 자신감 있는 외교로의 복귀”라며 “국방 쪽은 러시아,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조를 확실히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무기 지원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한 데 이어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을 각각 군사·경제적 후원 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이전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완공 후 12년간 사실상 방치됐던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단둥의 황하이자동차 버스공장을 시찰했다. 버스 등 운송 수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에 따라 대북 공급이 제한되는 품목이다. 이번 시찰은 북중 간 경제 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앞으로 운송·물류 분야 협력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복원해 대외적 선택지를 넓힐 경우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제재 해제 등 기존 요구를 더욱 강하게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북중 경제협력 확대가 정부의 대북 협상 구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의 추가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꾼 뒤 ‘중단·감축·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경제·군사적 활로가 넓어질 경우 제재 완화를 유인으로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내려는 구상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통미봉남’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은 자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문제에,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제재 해제에 협상력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의 전술핵과 대남 위협 등 한국의 핵심 안보 현안이 협상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정부로서는 북미 간 접촉을 촉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의제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이해가 반영되도록 한미 간 사전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중러 협력을 바탕으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미 공조와 독자적인 대북정책 사이에서 명확한 전략적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면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북중러 관계를 기반으로 미국에 대한 협상 우위를 가지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한 분명한 포지셔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에 대한 협상 지렛대가 약해지고, 오히려 대북 문제에서도 소외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