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방위비 최대 80조엔 전망…고정비만 30조엔 달해 재정 부담 가중
미국이 일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과 인프라, 개발원조 예산까지 방위비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은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방위비로 산정하는 정부 지출 항목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으로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자위대의 장비 보유 수량과 필요 경비 등을 규정하는 '방위력 정비계획'을 통해 2027년도부터 5년간의 방위비 총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수립한 기존 방위력 정비계획에서는 5년간 방위비를 총 43조엔(약 363조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차기 계획에서는 이보다 크게 늘어난 60조~80조엔(약 506조~67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증액 규모로도 미국이 요구하는 GDP 대비 3.5% 수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요구에 맞추려면 일본의 연간 방위비가 약 20조엔에 달해야 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에너지를 비롯한 경제안보 분야와 안보에 기여하는 정부개발원조(ODA), 방위 역량과 연관성이 높은 AI 투자 예산 등을 방위비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GDP 대비 3.5%'라는 수치를 방위비 계획에 명시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의식하면서도 필요한 경비를 개별적으로 합산해 방위비를 산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비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신문은 2027년도부터 5년간 방위비 가운데 과거 체결한 무기 구매 계약의 대금 상환액과 인건비 등 고정비만 이미 30조엔(약 253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식료품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면서 재정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다카이치 내각은 방위비 증액과 감세에 필요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보조금 축소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다카이치 정부와 여당은 중동 사태 이후 휘발유 소매가격을 리터당 170엔(약 1435원)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유사에 지급해 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80엔(약 1519원)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보조금 재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방위비 확대와 감세 정책까지 겹치면서 일본 정부의 재정 운용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