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사업 중 2개 승인…나머지 답보
기업 간 이견에 산업부 조정력 도마
샤힌 가동 앞두고 공급과잉 우려 확대
22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와 업계가 합의한 5개 구조조정 프로젝트 중 대산 1호(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와 여수 1호(한화솔루션·DL케미칼·롯데케미칼·여천NCC) 외에 3개 프로젝트는 표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석화 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 업계 사업재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1분기 안에는 '최종 재편안'이 나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2월 승인된 대산 1호와 9월 승인을 받은 여수 1호 외에 나머지 3개 구조조정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에 대한 질의에 산업부는 "사업재편 계획서 최종안 제출을 위해 자산가치 평가, 기업 간 통합 범위 등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최대 관심 사안인 여수 산업단지 내 LG화학과 GS칼텍스 간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 및 합작법인(JV) 설립 작업에 대해서는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기업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울산 에쓰오일·SK지오센트릭·대한유화 간 사업재편과 대산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설비 감축 규모 등에 대해서도 "사업재편 업계 자율협약을 체결한 모든 기업들은 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한 세부 내용을 협의 중"이라거나 "구체적인 논의사항은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승인한 대산 1호와 여수 1호의 향후 3년간 에틸렌 감축 계획은 249만t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부터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가 양산에 돌입한다.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180만t에 달한다. 추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공급과잉 해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나프타 수급 불안까지 겹쳐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석화 업계에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 때문에 나프타 수급 등 문제가 발생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이 조금 지체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열심히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한홍 의원은 "애초에 정부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시간표를 성급하게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강조해 온 정부가 그에 걸맞은 실행력과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 재편이 늦어질수록 구조조정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산업 경쟁력을 회복할 골든타임을 더 이상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