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10년물 금리 5% 육박 후 고공행진…예산 심의·내년 대선 경계
日 투자자 佛 채권 보유액 23.8조 엔…은행·생보사도 투자 재검토
프랑스의 재정·정치 불안이 커지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독일 국채와 만기가 짧은 일본 국채로 자금을 옮겼고, 생명보험사도 보유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예산 심의와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채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의 구니베 신지 수석 펀드매니저는 재량껏 운용할 수 있는 펀드에서 프랑스 국채를 크게 줄이고 "독일 국채와 만기가 비교적 짧은 일본 국채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예산안이 연내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프랑스 국채 거래에서는 단기간에 이익을 확정해 대선을 앞두고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애셋매니지먼트원의 스카다 유키나리 펀드매니저도 이달 초 프랑스 국채를 팔고 독일 국채를 사는 투자 전략을 취했다. 프랑스와 독일 국채의 금리 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예산 심의와 내년 봄 대선 등 프랑스 금리를 끌어올릴 요인이 많아 프랑스 국채 매도 전략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한 프랑스 채권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3조8000억 엔(약 199조4720억원)에 달했다. 이들이 보유한 독일 채권 약 10조 엔, 이탈리아 채권 약 9조 엔보다 규모가 크다.
프랑스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8월 말 4.1%대에서 이달 2일 24년 만의 최고 수준인 4.99%대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뜻한다. 인플레이션과 재정 우려로 주요국 금리가 지난 8월부터 상승했지만, 프랑스의 상승세는 특히 두드러졌다. 19일(현지시간)에도 장중 한때 4.9%대로 올라 5%에 근접했다. 닛케이는 지난 주말 프랑스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일부 시위대의 폭력·약탈 행위까지 발생하면서 정치·재정 불안에 대한 경계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에 19일 프랑스 국채 매도도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외환시장에서도 프랑스 정세에 대한 경계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유로·달러 환율은 1유로당 1.11달러대 초반으로 내려가 2025년 5월 이후 유로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9일에도 장중 1.118달러까지 밀렸다가 1.12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투자자들이 당장 주목하는 것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줄이는 예산안을 제시했지만,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야당과의 협상이 불가피하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이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크다. 첫 관문인 예산안 세입 부문 표결은 20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다. 프랑스 의회는 최근 2년 연속으로 연내 처리에 실패했다.
다이이치라이프자산운용경제연구소의 다나카 오사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좌파와 우파 양쪽과 협의하게 되며, 어느 쪽이든 재정계획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시장에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안정되더라도 근본적인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대선까지 두세 차례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 민간 은행과 보험사도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린토 수석 금리·외환 전략가에게는 고객인 일본 민간 은행과 생명보험사들로부터 "프랑스 국채를 팔고 일본 국채를 사야 하느냐"는 문의가 늘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결산을 맞는 12월을 앞두고 "프랑스 금리가 다시 오르고 일본 국채가 안정돼 있다면 일본 국채로 자금이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이도생명의 오타니 무네히로 운용기획과장은 환헤지를 한 프랑스 국채라도 앞으로 가격 변동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보유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있는 일본 채권으로 돌아갈 시기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닛케이는 현재 시장에서 2010년대 초반 나타난 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위기 재연 가능성이 낮더라도 현실화할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