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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 여파에…삼성SDI·대만 기업, 日 ESS 시장 공략 가속

  • 내년 4월부터 사이버보안 인증 의무화…화웨이·BYD 등 미취득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전력망에 연결되는 장비에 대한 사이버보안 인증을 의무화하면서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과 대만 배터리 업체들이 일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일본 간 갈등 여파에 그동안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던 한국과 대만 기업들에게 일본 진입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

15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전력망에 연결되는 장비에 대해 사이버보안 인증인 'JC-STAR' 취득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ESS의 경우 배터리 제어 시스템과 전력변환장치(PCS) 등 통신 기능을 갖춘 장비가 인증 대상이다.

JC-STAR 인증은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정보처리추진기구(IPA)가 담당한다. 현재 ESS 관련 제품에 대해 약 50개 기업이 인증을 취득했으며 여기에는 일본과 미국, 독일, 한국, 대만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일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 화웨이와 선그로우, 비야디(BYD) 등은 인증 기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인증을 취득하지 못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각종 제재를 주고받으면서 관계가 크게 냉각된 상황이다. 이에 중국 업체들이 인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일본 내 사업을 축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는 일본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JC-STAR 인증을 취득한 삼성SDI는 2030년까지 일본 내 ESS 판매량을 2기가와트시(GWh)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올해 예상 판매량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SDI는 중국산 장비에서 다른 제품으로 공급처를 전환하려는 고객들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SDI의 한 임원은 자사 배터리 가격이 중국 업체보다 20~30% 높지만 일본 업체보다는 20~30% 낮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 대비 높은 가격을 사이버보안 인증으로 보완하고, 일본 업체와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만 업체들도 일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제조업체 콜드일렉트릭은 2028년까지 대만 내 생산능력을 현재의 9배인 3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판매를 늘릴 예정이다.

필 첸 콜드일렉트릭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일본의 인증을 취득하지 못한 점이 일본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콜드일렉트릭은 지난 8월 JC-STAR 인증을 확보했으며, 올해 말까지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일본 내 첫 ESS 시설을 가동할 계획이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배터리 유통업체 유아사M&B와도 협력해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대만 포모사플라스틱그룹은 2029년까지 일본에서 연간 3GWh 규모의 ESS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JC-STAR 인증을 신청한 상태로, 연말까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모사플라스틱그룹은 전해질과 분리막 등 배터리 부품의 약 70%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9년까지 대만 내 생산능력도 현재의 5배인 10GWh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도 일본의 새로운 인증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JC-STAR 인증이 배터리 셀 등 통신 기능이 없는 부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통신 관련 부품을 일본 업체에 맡기고 나머지 장비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