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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퇴치' 숯불 열기 가해 숨지게 한 무속인…대법 "살인 고의 인정" 파기환송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조카를 묶어 놓고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형량을 낮춘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주술의식이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4일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심모씨(81)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심씨와 그의 자녀들, 조카, 신도 등 공범 6명은 2024년 9월 18일 인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30대 여성 A씨에게 약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씨는 조카인 A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가겠다고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주술의식을 하겠다면서 A씨를 결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는 신도와 자녀들을 동원해 철제 구조물을 만든 뒤 A씨를 엎드린 상태로 묶었다. 이어 구조물 아래 대야에 불이 붙은 숯을 계속 넣어 열기를 가했다. A씨가 여러 차례 의식을 잃었는데도 이들은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A씨가 완전히 의식을 잃자 일행은 현장을 정리한 뒤 약 2시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숯 위에 엎어졌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틀 뒤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숨졌다.

1심은 심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7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다른 공범 6명도 1심에서는 살인 또는 살인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2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상해치사 또는 상해치사방조죄가 적용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심씨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피고인들이 열기를 가하는 방식과 강도, 지속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심씨의 영적 능력과 주술의식의 효험을 상당히 신뢰했던 점을 고려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술의식’은 이들의 무속신앙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잔인하고 위험한 데다가 40년 경력의 무속인 심씨도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행위”라며 “굿이나 제사 등의 통상적인 무속 행위와 달리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 의식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술의식으로 악귀를 퇴치하겠다’는 의도와 ‘주술의식으로 A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양립할 수 있다”며 주술의 효력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심씨의 자녀인 피해자의 오빠와 사촌언니에 대해서도 살인방조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들은 주술의식의 위험성을 듣고 여러 차례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제지하거나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피고인들의 살인 및 살인방조 혐의가 다시 심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