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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의 그늘] 제조업 몰리는 은행 돈…소상공인 대출문 좁아지나

  • 제조-부동산임대 대출 격차 18개월 새 '16조→1조'

  •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 우량기업 중심 기업대출 재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권 기업대출의 자금 흐름이 산업·생산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다만 한정된 금융자금이 제조업과 대기업 등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에 집중될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제조업 대출 잔액은 221조53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보다 10.9%(21조7013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 증가액의 40%가 제조업에서 나온 셈이다.

반면 기업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같은 기간 3.3%(7조2113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223조1925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업 대출이 부동산·임대업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두 업종 간 대출 규모 차이도 2024년 말 16조152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6625억원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닿아 있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던 금융자금을 기업의 생산·투자 활동으로 유도하면서 은행권에서도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부동산 담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여신 관리가 가능한 대표적인 기업금융 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제조업 등 산업 부문 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부동산·임대업을 비롯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서비스 업종은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큰 상황이다. 최근 대출 증가세에서도 우량기업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25조9494억원으로 지난 6월 말 325조4948억원과 비교해 0.1%(4546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대기업대출은 11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기업대출의 자금 공급이 제조업 등 산업 부문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될 경우, 자영업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의 자금조달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25.5%는 전년 추석 대비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대출한도 부족(40.5%), 높은 대출금리(37.9%), 담보 요구 강화(30.7%) 등이 꼽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전략산업·우량기업 대출에 집중하면 자영업자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비제조업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말고, 현금흐름과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심사하면서 소상공인 운전자금·보증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