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미사일만 공유' 보도 부인…일부 제한은 인정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 1위 '외교'…장기화 땐 성과 희석 우려
한미 정보협력 논란이 정부의 잇단 반박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정보·방첩 분야의 ‘동맹 기준’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가운데 정부도 특정 분야의 정보공유 제한은 인정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외교가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를 뒷받침해온 상황에서 정보당국 간 신뢰 문제가 정부의 외교 성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가정보원은 한미 양국이 북한 미사일과 재래식 전력, 북한 동향, 국제관계, 사이버, 방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전날 나온 ‘미국의 정보공유 제한으로 현재 북한 미사일 정보만 제공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제공하는 대북 정보의 양이 줄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국정원은 “특정 분야의 정보공유 제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보 제공 총량은 줄지 않았다”며 한미 간 정보공유가 여러 분야에서 쌍방향·호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굳건한 대북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한미 간 정보공유에는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정원은 입장문에서 ‘정부가 확인한 정보공유 제한의 사유가 된 정보의 일부’와 ‘특정 분야의 정보공유 제한’을 언급했다. 국방부 역시 일부 공유가 제한된 정보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 능력을 통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과 국방부 모두 대북 정보공유 제한이 광범위하다는 보도는 부인하면서도 일부 정보가 제한된 사실은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의 반박에 앞서 미국 측은 정보·방첩 분야에서 동맹 기준 준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한미 정보협력 상황에 대한 한 국내 언론의 서면 질의에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별도 질의에 “모든 동맹국이 정보 및 방첩 사안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북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 측의 요청으로 국정원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현재 한미 정보당국 사이에 오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현재 오해는 없다”고 밝힌 뒤에도 미국 측이 정보·방첩 분야의 기준 준수를 요구하면서 양측 설명에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제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핵 관련 핵심 정보가 미국과 공유되고 있느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공유가 완전히 정상화됐는지를 묻자 “완전히 회복 안 된 것은 맞다”며 “결과적으로 빨리 해소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협력 논란의 발단으로는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언급한 일이 거론된다. 정 장관과 청와대는 해당 내용이 기존 논문과 언론 보도에 등장한 공개 정보라며 기밀 유출 주장을 반박해 왔다.
정보협력 논란이 한미 정상회담 후속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외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와 같은 37%로 취임 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가 24%로 가장 많았다. 분야별 정책 평가에서도 외교는 긍정 43%, 부정 38%로 복지와 함께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높은 분야였다.
반면 대북 정책은 긍정 평가가 24%, 부정 평가가 55%였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국방·안보·대북 문제가 15%로 부동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정보협력 논란이 장기화하면 정부에 우호적인 평가가 많았던 외교 분야와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 안보·대북 분야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9.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당은 정보공유 제한과 국정원의 한·미·일 실무협의체 불참 등을 문제 삼아 정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곳곳에서 한미동맹 균열이 확인되고 있다”며 “정동영과 이종석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한미동맹 파탄은 대한민국 안보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측의 ‘동맹 기준 준수’ 발언은 한미 정보공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일각에서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며 “정부도 일부 정보공유 제한을 인정한 상황에서 이런 불협화음이 이어질 경우, 여론은 물론 국민 불안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