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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26] "스스로 칭찬해주고파"…김고은, 부산 관객과 나눈 14년 소회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영화 '파묘'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르고 OTT 시리즈 '은중과 상연'으로 청룡시리즈어워즈 대상을 거머쥔 배우 김고은이 부산 관객들과 만났다. 데뷔 14년 차를 맞은 그는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현장을 아우르는 유연한 태도까지, 배우로서 가지는 소신과 철학을 가감 없이 풀어내며 관객들과 교감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행사가 열렸다.

앞서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론과 작품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날 김고은은 "'액터스 하우스'를 처음 해보는데 여러분 만날 생각에 너무나 설렜다. 제가 워낙 부산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기도 하고 열정의 도시 아닌가. 올 때마다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는 거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 기대가 큰 부분"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히며 영화화가 결정된 뒤 해당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재희 역할에 대한 첫인상 등을 언급하며 작품 안팎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고은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재희가 마치 '날생선 같이 파닥파닥하는 날 것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20대가 되어 시행착오를 겪는 그 아이의 방어적인 모습들이 보였고, '좋은 언니가 되어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인물이 좋았다"며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귀한 작품인 만큼, 꼭 내 손으로 이 인물을 세상에 꺼내고 싶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그는 자신 역시 재희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20대를 보내왔다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20대의 혼란한 감정'을 관객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20대를 지나가는 모든 분들이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기분, 복합적인 불안감을 느낄 거다. 재희를 연기하며 감정적으로 깊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극 중 카리스마 넘치는 'MZ 무당' 이화림 역을 연기한 그는 캐릭터를 완성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의 비결로 '직업의식'을 꼽았다. 

그는 화림에 대해 "직업의식이 투철한 인물"이라며 "일할 때는 명확하게 프로페셔널하지만, 일하지 않는 시간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는 모습이 'MZ 무당'으로 불린 이유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직업적 어설픔이 조금도 나오지 않게 하려고 집착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결국 '미세함'에서 온다. 그 미세함이 캐릭터를 만든다는 생각에 작은 제스처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단단한 캐릭터 구축 과정 이면에는 극심한 자기 압박과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그러나 김고은은 철저한 준비를 마친 뒤 카메라 앞에 서는 현장에서만큼은 자신을 완전히 비워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털어놨다. 동료 스태프와 감독을 위해 스스로 여유를 찾는 훈련을 거듭했다는 설명이다.

김고은은 "새 작품을 받고 촬영 직전까지 나 자신을 몹시 괴롭히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스스로를 풀어주고 장난도 많이 친다"며 "배우가 현장에서 여유롭게 있어 주어야 현장이 잘 굴러가고, 감독의 어떤 디렉션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함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단단한 소신을 밝혔다.

데뷔 14년 차 수많은 현장을 거치며 단단해진 것은 연기력뿐만이 아니다. 인간 김고은으로서 자신의 묵은 감정과 스트레스를 유연하게 대하는 태도 역시 한층 성숙해졌다. 과거에는 힘듦을 외면하고 자신을 몰아세우기 바빴다면, 이제는 스스로의 아픔을 온전히 마주하고 인정하는 법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김고은은 "안 힘들다고 최면을 걸면 언젠가 엉뚱한 데서 터지더라. 이제는 내 힘듦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털어낼 시간을 준다"고 말했다.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쉼 없이 달려온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신의 30대를 열어준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에 대한 각별하고 애틋한 마음도 내비쳤다. 배우 김고은에게 새로운 챕터를 열어준 이 작품은 치열한 현장 속에서도 그에게 온전한 '힐링'과 안식처가 되어준 뜻깊은 작업이었다.

김고은은 "시즌 3 제작은 유종의 미를 위해 반대했었지만, 막상 하고 나니 작품이 완전해진 느낌이 들었다"며 "5년을 함께한 감독님, 스태프들과 눈만 봐도 통하는 현장이 힐링이었다"고 회상했다.

윤여정, 김혜수, 전도연 등 대선배들과 훌륭한 앙상블을 빚어낸 비결에 대해서는 "초반엔 선배님들을 관찰하고 경청하며 다가가고, 마음이 열리면 조심스럽기보단 살갑게 다가가는 편"이라며 "이제 나도 선배 입장이 되어보니, 눈치 보는 후배보다 깍듯함과 장난기가 섞인 후배가 반갑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액터스 하우스 배우 김고은 [사진=연합뉴스]

끝으로 김고은은 "뮤지컬 무대는 어렵겠지만 음악 영화나 뮤지컬 영화는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며 "내 지난 작품들을 관객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돼 내심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 앞으로도 마음에 와닿는 좋은 작품으로 계속 인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액터스 하우스는 김고은에 이어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8일 오후 6시에는 김민하, 9일 오후 2시 류승룡, 오후 4시 주지훈, 10일 오후 4시 30분 신민아가 무대에 올라 필모그래피와 연기 인생에 관해 되짚을 예정이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영화의전당 및 부산 일대에서 열흘간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