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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거부하면 재제청 의무 생기나…조희대 국감서 맞붙는 인선 권한

  • "제청 바꿀 근거 대라" vs "임명 불가 의사 밝히고 후속 절차 요구"

  • 일반증인 불출석 의견에도 설명 여부 주목…대법관 공백 7개월 넘어

국정감사를 앞둔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6년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권한 충돌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다뤄진다. 대통령의 임명 거부가 대법원장의 재제청 의무로 이어지는지를 놓고 양측이 맞선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 유지의 근거와 인선 교착을 풀 방안을 설명할지 주목된다.

5일 법조계와 국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한 증언 요구가 삼권 분립 취지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는 이유다.

양측 갈등의 출발점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이다. 조 대법원장은 8월 18일 손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대통령과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 헌법적 근거나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튿날에는 청와대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청와대는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며, 재제청 요구는 이에 따른 후속 절차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장의 제청을 대통령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헌법상 임명권을 형식적인 권한으로 보는 것이라는 반론이다.

핵심은 임명 거부 권한과 재제청 의무의 관계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제청과 동의, 임명 권한을 나눴지만, 해당 조항에 임명 거부 사유나 재제청 절차까지 명시돼 있지는 않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있는지와 거부할 경우 대법원장이 기존 제청을 철회하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야 하는지는 구분해 살펴볼 문제다. 청와대는 임명 거부에 따른 새 제청을 요구하는 반면, 대법원은 제청을 바꿔야 할 근거부터 제시하라는 입장이어서 절차가 멈춰 있다.

사전 협의의 성격도 쟁점이다. 헌법의 대법관 임명 조항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 협의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실질적인 협의가 없었다는 사정이 제청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임명권 행사를 위한 조율 문제인지를 놓고도 양측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감에서는 이러한 제청권 행사가 국회의 감시 대상인지도 다퉈질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과의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재판이 아닌 사법 행정에 관한 사안이므로 국회에 설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증인으로서 질의에 답하는 문제와 기관장으로 입장을 밝히는 문제는 별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출근길에 재제청 관련 질문을 받고 국감을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기관장 자격으로 참석해 인사말이나 마무리 발언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3월 노 전 대법관의 퇴임 이후 후임 공백은 7개월을 넘겼다. 제청권과 임명권 한쪽의 행사만으로는 인선을 마칠 수 없는 구조다. 이번 국감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는 데에서 나아가 기존 제청을 유지하면서도 대통령과 협의할 여지가 있는지를 밝힐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