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조원에 육박했던(6월 말 기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일평균 거래대금이 두 달 만에 반토막 났다. 개인 순매수 규모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ETF 투자 열기가 식었다기보다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이후 과열됐던 단기 매매가 진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6월 38조797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33조2909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는 17조6055억원까지 떨어졌다. 6월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한 셈이다. 9월 들어서도 중순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이 16조원대에 머물며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개인투자자의 ETF 매수세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개인은 지난 6월 ETF를 24조672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7월에는 8조7867억원, 8월에는 2조3756억원으로 줄였다. 불과 두 달 만에 순매수 규모가 10분의 1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올해 상반기를 달궜던 'ETF 열풍'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거래 위축을 ETF 시장 자체의 침체라기보다 과열됐던 거래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이어 관련 상품 투자 시 모의거래 이수 등을 의무화하면서 투자 진입 문턱도 높였다.
규제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규제 시행 전 한 달간 12조2500억원에서 시행 후 한 달간 9900억원으로 92% 급감했다.
레버리지 ETF 14종만 놓고 보면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64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91% 줄었다. 인버스2X ETF 2종 역시 같은 기간 3조600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95% 감소했다.
거래 회전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의 일평균 회전율은 규제 전 43.6%에서 규제 이후 5.9%로 내려왔다. 인버스2X ETF의 회전율도 1110.4%에서 125.0%로 급감했다.
결국 상반기 전체 ETF 거래대금을 끌어올렸던 고위험 상품의 단기 매매가 사라지면서 시장 전체 거래대금도 함께 내려온 셈이다.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기 전인 지난 4월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5359억원이었다. 8월 거래대금이 17조원대로 돌아온 것을 고려하면 현재 거래 규모는 ETF 시장이 급팽창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ETF 자체를 떠난 것은 아니다. 개인은 지난 8월까지 ETF를 32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2023년 12월 이후 32개월 동안 개인이 사들인 ETF는 총 128조397억원에 달한다. 올해 1~8월 누적 순매수액도 73조720억원에 이른다.
투자 대상도 달라지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빠져나온 자금 일부는 미국 대표지수와 배당·커버드콜 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TIGER 미국 S&P500 ETF는 지난달 28일까지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액이 4조8611억원을 기록해 국내 상장 ETF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반기 들어서만 1조6727억원이 유입됐고 최근 한 달 동안에도 4474억원을 순매수했다.
커버드콜 상품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11~18일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에는 1122억원가량이 순유입됐고 KODEX 200커버드콜액티브와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에도 각각 859억원, 658억원가량이 들어왔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따라 최근 ETF 거래대금 감소를 시장의 구조적인 위축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했던 단기·고위험 거래가 줄어드는 대신 대표지수나 인컴형 상품 등으로 투자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규제로 줄어든 고위험 투자 수요가 해외 레버리지 상품 등 규제 밖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실제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가 강화된 이후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3배 레버리지 ETF 등에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ETF 거래대금 감소는 투자자들이 ETF 시장을 떠났다기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늘었던 단기 거래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개인 자금이 미국 대표지수나 커버드콜 등 다양한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어 ETF 투자 수요 자체는 여전히 견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