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윤호중·서영교 등 참석한 가운데 본격 개청
공소청, 비공개로 직원들만 참석한 조용한 개청식
첫날 시스템 미비로 수기로 고발장 접수하는 촌극 발생하기도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리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2일부터 본격 가동됐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소 유지 기능은 공소청이 담당한다. 그러나 개청 첫날부터 전산망 미비와 인프라 부족, 쏟아지는 고소·고발로 어수선한 풍경이 펼쳐졌다.
중수청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본청 로비에서 현판 제막식과 개청식 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전종민 중수청 차장(직무대리)을 비롯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주요 정부 인사들과 수사기관 관계자, 법조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축사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국민을 위한 책임까지 나눠서는 안 된다"며 "각 기관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되 사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빈틈없는 공조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장 힘없는 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중수청의 임무"라며 직원들에게 초심을 당부했다.
초대 중수청장 직무대행을 맡은 전종민 차장도 인사말에서 '절제'를 수사의 최우선 원칙으로 강조했다. 전 차장은 "한 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쥐면 스스로를 멈춰 세우기 어렵다"며 "나뉜 권력이 저마다 스스로를 절제할 때 개혁이 완성된다"고 밝혔다. 이어 준비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 우려를 극복했던 것처럼 하나씩 과제를 풀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직원들을 향해서는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를 가장 먼저 생각할 것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굳건히 지킬 것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 △최고 수준의 전문 수사 역량을 갖출 것 △국민의 인권과 적법절차를 철저히 보장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78년간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검찰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전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일부터는 검찰의 기소권은 공소청이, 중대범죄 수사권은 중수청이 갖게 됐다.
중수청의 수사 범주는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 외환,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이며 공소청과 경찰, 공수처, 법원 공무원의 범죄도 포함된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중 66.1%인 1900명으로 우선 출범했다. 공소청은 현행 검사 정원(2292명)의 약 80~85% 수준(약 1900여 명)으로 감축된 뒤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개청 첫날 현장은 밀려드는 민원과 미진한 전산·청사 정비로 심각한 혼선이 빚어졌다. 본청에서는 개청식이 열리기도 전에 10여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됐다. 경찰관의 법왜곡죄 수사 요청을 비롯해 기업 경영진의 배임 고발, 대통령 및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외환 혐의 고발 등이 잇따랐다. 그러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이 완료되지 않아 수기로 고발장을 접수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아울러 중수청 건물에 붙은 중수청 현판은 외벽에 양면테이프로 겨우 붙여 놓은 상태여서, 현판 제막식 당시 현판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중수청 직원에게 현판 좀 잘 붙여 달라고 당부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방중수청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수원, 대구, 대전, 부산 등 지방 관서들은 임시 청사 공사와 집기 배치가 끝나지 않아 수사관들이 짐을 옮기며 업무 위치를 익히느라 분주했다. 관사나 전용 주차장이 부족해 근처 원룸을 급히 구하거나 인근 주민센터에 차를 대는 수사관도 적지 않았다. 유치장이 청사 내에 없어 인근 경찰서 유치장을 빌려 써야 하는 효율성 문제도 도출됐다.
직원 간 호칭 정리와 적응에도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중수청 소속 직원은 앞으로 검사가 아닌 '수사관' 호칭으로 불린다. 현장에서는 직원끼리 서로 "이제 검사라고 부르면 안 된다"며 주의를 주거나, 전산망이 깔리지 않아 수기로 서류를 복사하는 등의 상황이 수시로 포착됐다. 관할 구역이 넓어 강원권까지 커버해야 하는 서울청 소속 수사관들은 출장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기존 검찰 청사를 그대로 넘겨받은 공소청과 전국 지방공소청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했던 중수청 개청식과는 달리 공소청은 출범식을 공소청사(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직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조촐하게 진행했다.
공소청의 전산 체계는 중수청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수사관 이동에 따른 업무 매뉴얼 숙지 및 전산 시스템 정비 과정에서 일부 민원실 업무가 일시 중단돼 민원인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구중수청 등 주요 관계자들은 인프라와 하부 조직 정비가 완료되는 올해 연말에야 조직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