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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트럼프 행정부, 유럽에 비축 경유 방출 압박…"안 풀면 美경유 수출 금지"

  • 트럼프 "유럽도 경유 갖고 있어"…라이트·베선트도 동맹국 역할 촉구

  • EU에 6개월간 1억2000만배럴 방출 요구…에너지 태스크포스 긴급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경윳값 급등이 물가 부담으로 번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을 상대로 비축 경유 방출을 압박하고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에는 비축분을 풀지 않을 경우 미국산 경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경윳값을 내리기 위해 비축 경유를 방출할 것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들(유럽)은 경유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계자 3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과 프랑스에 비상 경유 비축분을 방출하지 않을 경우 미국산 경유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유럽 지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앞으로 6개월간 경유 1억2000만배럴을 방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특히 프랑스와 독일이 앞서 비상 원유와 석유제품 비축분을 방출하기로 한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자신의 경제 정책 성과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모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민주당으로부터 최악의 수치를 물려받았지만 그걸 크게 낮추고 있다"며 "현재 인플레이션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가는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바이든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며, 우리가 그걸 했다"며 "안타깝게 바이든과 다른 많은 대통령은 그걸 하지 않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비축 경유 방출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미국산 경유 수출을 제한하지 않고도 글로벌 공급을 늘려 미국 내 가격을 낮추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내 경윳값은 현재 갤런(1갤런은 3.78리터)당 6.38달러 수준으로 1년 전 3.70달러보다 크게 올랐다. 특히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농기계 연료비가 오르면서 농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유 가격 상승은 화물 운송비와 겨울철 난방비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유 공급도 빠듯한 상황이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의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 이후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중국 정유업체들도 국내 비축량 확보를 위해 10월 연료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연료 수입을 금지한 데다 중동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산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이에 미국이 실제로 경유 수출 금지에 나설 경우 유럽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도 유럽에 비축 경유 방출을 촉구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럽에 전략비축유 방출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라이트 장관은 "유럽은 정유 능력의 상당 부분을 대륙 밖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당연히 공급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 막대한 경유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는 전 세계 경유 공급을 회복하고 있지만 현재는 매우 빠듯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정유시설들은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유럽도 이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수확철과 겨울 난방유 수요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경유 비축분을 공동으로 방출할 때"라며 "지금이 시장에 더 많은 경유를 공급할 때이며 그 경유는 사용할 수 있다. 곧 긍정적인 소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유럽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베선트 장관은 엑스(X)에 미국이 지난 3월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간 합의에 따라 원유 1억7200만배럴을 방출했다며 "미국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동맹국들이 약속에 걸맞은 행동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 경유 부족의 부담을 미국 농민과 트럭 운전사, 기업들이 홀로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럽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는 이날 비축 경유 방출 필요성을 논의했으며, EU 집행위원회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에너지 태스크포스도 2일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만 유럽으로서는 비축분 방출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당장 경유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지만 미·이란 평화협상이 결렬돼 공급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비축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연료 가격 상승과 글로벌 정제유 공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IEA와 연계한 비축분 공동 방출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