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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미뤄지는 대미투자, '상업적 합리성'이 최종 관문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미 간 2000억 달러 규모 전략적 대미투자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상됐던 첫 투자 프로젝트 발표가 미뤄진 가운데 투자금 회수와 손실 방지 등 '상업적 합리성'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최종 합의의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1일 관계 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는 22일 정부로부터 대미투자와 관련한 비공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가 각각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협상 진행 상황 등을 보고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 17일 국회에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보고한 뒤 이튿날 한·미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돼왔다. 하지만 미국과의 세부 투자 조건을 둘러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국회 보고와 프로젝트 발표 일정이 모두 순연됐다.

첫 사업으로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에 6GW 이상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총사업비는 약 223억 달러로 알려졌다. 후속 사업 후보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과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이 협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막판 협상의 최대 변수는 사업 선정보다 '상업적 합리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대미투자 협상과 관련해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얘기를 하는 중"이라며 "한·미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사업을 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 규모나 정치·외교적 필요성보다 실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업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정부는 투자금 회수를 보장할 수 있는 각종 안전장치를 합의문에 반영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 안정적인 전력 판매를 위한 장기 전력구매계약(PPA)과 한국 기업의 참여 등이 쟁점으로 꼽힌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장기간 구매할 우량 수요처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십년에 걸친 현금흐름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도 복잡한 상황이다. 한국 측에서는 지분 20% 안팎과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인 의결권 확보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측에서는 의결권이 없는 5~10% 수준의 소수 지분 참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견이 분명한 상황이다.

여러 투자 사업의 손익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우산식 특수목적법인(SPC) 역시 쟁점으로 보인다. 한국 측은 한 사업의 성과가 부진할 경우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 측은 일부 조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텍사스 복합화력발전소는 향후 대미투자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장기간에 걸쳐 투자 원금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수익 전망은 장기 전력 판매가격과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금융비용 등에 좌우되는 만큼 PPA와 각종 보증 등 안전장치를 얼마나 확보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일부 후보 사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미국과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이지애나 LNG 수출터미널과 탄소포집 사업,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사업 등은 이번 합의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협상의 초점은 2000억 달러라는 투자 총액 자체보다 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고 한국 기업의 실질적인 사업 참여를 얼마나 보장받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한·미가 안전장치에서 접점을 찾으면 엔시날 발전소를 시작으로 원전 등 후속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반대로 '상업적 합리성'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질 경우 대미투자 발표가 더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