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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평화체제 바구니론' 제안…"정치·외교·군사·경제 함께 풀어야"

  • 평화협정·북미수교·핵 고도화 중단 등 포괄 협상 구상

  • '병진·공진·점진' 3원칙 제시…남북미중 4자 대화 추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 평화체제로의 여정 종합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 평화체제로의 여정' 종합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북한 핵능력 고도화 중단, 남북 경제협력 등을 하나의 협상 틀에서 다루는 ‘한반도 평화체제 큰 바구니’ 구상을 제안했다.
 
정 장관은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 평화체제로의 여정’ 종합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오랜 전쟁 상태와 적대·대결을 끝내려면 흩어진 의제들을 하나의 틀에 담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장관이 제시한 구상은 크게 네 영역으로 구성된다. ‘정치’ 부문에서는 정전협정을 대신할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외교’ 부문에서는 북미·북일 수교를 통한 한반도 교차승인을 완성한다. ‘군사’ 부문에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중단과 재래식 군비 통제, 상호 신뢰 구축 방안을 담고, ‘인도·경제 바구니’에서는 인도적 협력과 경제 공동성장, 기후변화·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을 논의한다는 청사진이다.
 
정 장관은 “‘큰 바구니’는 여러 의제를 단순히 한데 모으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협력과 교환이 가능한 영역을 넓혀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협상·이행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구상의 운영 원칙으로는 ‘병진·공진·점진’을 제시했다. 비핵화를 다른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삼지 않고 네 영역의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되, 한 분야의 진전이 다른 분야의 타협을 끌어내도록 유연하게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평화체제 논의가 좌절된 원인으로 선 비핵화 기조와 당사국 사이의 불신, 정권 교체 때마다 기존 합의가 이어지지 못한 점을 꼽았다. 대화와 관여가 진행된 시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억제됐지만, 제재와 압박이 이어진 동안에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가속화됐다고도 진단했다.
 
정 장관은 “과거처럼 비핵화를 전제한 ‘선 조치·후 보상’ 방식으로는 어떠한 논의도 시작하기 어렵다”며 “어느 하나의 바구니도 뒤로 미루지 않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시에 출범한 현 상황을 두고는 “평화체제 전환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아울러 남북 연락 채널 복원과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 등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의 양보와 변화를 먼저 요구하지 않고 우리가 상대를 대하는 방식부터 바꾸겠다”며 “전쟁이 묶어놓은 매듭을 평화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