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CEO, 트럼프와 공개 통화 "AI 혁신·안전 양자택일 아냐"
정치 성향 뛰어넘는 AI 규제 공조…초당적 법안도 추진
AI 데이터센터도 쟁점…11월 중간선거 앞두고 AI 급부상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와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위험론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AI 규제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AI 안정 장치와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AI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황 CEO는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올인 서밋'에 참석해 AI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측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덜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AI로 인류가 멸종할 수 있다는 등의 예측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황 CEO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AI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걸려온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받아 약 5분간 대화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AI 규제 반대 입장에 동의하면서 "최근 AI 위험성 논쟁이 AI 혁신과 안전성 사이에 마치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개발을 중단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기업이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통화에서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AI 위험론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끔찍한 음모"가 있다며 "이를 반길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장치 또는 안전장치는 강력하고 똑똑한 대통령"이라며 AI 규제 강화 움직임을 거듭 비판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AI 업계의 규제 강화 요구를 '트로이 목마'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신규 규제가 시장 진입장벽을 높여 기존 대형 AI 기업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AI 규제에 신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과의 경쟁이다. 미국이 AI 개발 속도를 늦추면 중국이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일론 머스크 XAI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도 AI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개발 속도와 안전성을 둘러싼 업계 논쟁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초 AI 기업 수장들과 만나 AI 안전 유지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정부의 역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도 AI 규제를 둘러싼 연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친인류 집회(Pro-Human Assembly)' 행사에서는 미국 대표적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극우 활동가 스티브 배넌이 AI 부작용을 막기 위한 더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며 한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두 사람이 AI 규제를 놓고는 서로 의견을 같이하는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최근 '초지능(superintelligent) AI'의 개발을 영구적으로 금지하고 AI를 전담하는 새로운 연방 규제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넌도 이에 동조하면서 자신의 포퓰리즘 성향 지지층을 대상으로 AI 업계와 트럼프 행정부의 느슨한 AI 정책에 대한 비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의회에서도 민주·공화 양당에서 AI 안전장치와 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초당적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슈퍼인텔리전스 AI 개발 금지·일시 중단, 고성능 AI의 '킬 스위치' 의무화 등 강력한 규제안까지 제시됐다. AI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비 부담도 쟁점이 되자 데이터센터 확대에 필요한 발전·송전망 투자 비용을 일반 전기요금 납부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포괄적인 AI 규제를 둘러싼 의회 내 합의는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원은 이번 주에 11월 3일 중간선거 전 사실상 마지막 회기를 맞았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미국의 AI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포괄적 규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데다가, 트럼프 행정부도 AI 규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중간선거 전까지 실질적인 입법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I 규제와 데이터센터 문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생활과 직결된 쟁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미국 내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모두 AI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빠르게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NBC 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3분의 2가 AI가 사회에 높은 수준 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