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불패' 공식 깨져…당분간 원민경 체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 속에 지명 14일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전신인 여성가족부 시절부터 이어진 장관 인선의 '낙마 잔혹사'가 되풀이됐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여가부·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인사는 김행·강선우 후보자에 이어 용 후보자까지 총 3명으로 늘었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던 용 후보자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민주·진보 진영 내 연대의 정신을 이어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장관 후보자직을 오늘부로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두를 위한 성평등 실현과 연대의 정신으로 장관 후보자 지명을 수락했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남은 의혹도 해소해 나가겠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국무위원의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용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를 포함해 배우자 관련 의혹, 기본소득당 운영 등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 후보자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는 달리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합법적 사안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더 악화했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연일 거세졌다. 여당 내에서도 거취를 결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결국 뜻을 꺾었다.
성평등부 장관 인선이 난항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당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에 책임을 지고 그해 9월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임으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으나,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른바 '주식 파킹'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결국 자진 사퇴했다. 후임 후보자의 낙마로 이미 사표를 낸 김현숙 장관이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김 장관의 사표는 이듬해 2월에야 수리됐고, 윤석열 정부는 별도의 후임 장관을 지명하지 않은 채 신영숙 차관의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여가부를 파행 운영했다.
정권 교체 이후 상황은 반전되는 듯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약 1년 4개월간 지속된 수장 공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강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 과정에서 '보좌진 갑질'과 '거짓 해명' 의혹에 직격탄을 맞았다.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까지 치렀으나, 논란이 진화되지 않자 지난해 7월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드린다"며 후보자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정부는 원민경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새 후보자로 지명했고, 원 후보자가 지난해 9월 여가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2024년 2월부터 약 1년 7개월 동안 이어진 장기 수장 공백에 종지부를 찍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0월 1일 여가부가 성평등부로 확대·개편됨에 따라 초대 성평등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용 후보자마저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하면서 정부는 또다시 새 장관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잇따른 낙마로 인해 후임 인선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던 현역 국회의원 출신의 강선우·용혜인 후보자가 연이어 물러남에 따라 정치권의 이른바 '현역 의원 불패' 공식마저 성평등부 인선에서는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 지명으로 홍역을 앓았기에 다음 후보자 지명에는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성평등부는 당분간 원 장관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