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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152엔대까지 급락…'160엔 시대' 끝나나

  • 155엔 지지선 무너지자 손절성 엔 매수 확산…중장기 투자자도 포지션 청산


  • 올해 최저치 눈앞…연말 149엔 vs 160엔 전망 엇갈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엔·달러 환율이 8일 오전 달러당 152엔대까지 하락했다. 환율은 7월 하순 164엔에 육박했다가 미·일 공동 개입으로 155엔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8월 말 다시 160엔대로 되돌아갔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152엔대까지 8엔 가까이 급락했다. 앞선 두 차례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뚫리지 않았던 155엔 선이 무너지면서 단기 투기세력뿐 아니라 중장기 투자자까지 엔화 매도 포지션 청산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150엔대 초중반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과 연말로 갈수록 다시 160엔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이날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2.88엔까지 내려가 지난 1월 28일 기록한 올해 최저치 152.11엔에 근접하기도 했다. 유로·엔 환율도 한때 178.86엔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날은 미국이 노동절 휴일이어서 거래가 한산했다. 이런 가운데 환율은 155엔 선을 단숨에 뚫고 내려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4∼5월 일본 당국의 단독 개입과 7월 말 미·일 공동 개입 때도 엔·달러 환율의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155엔 선이 무너지자, 손절성 달러 매도·엔화 매수가 몰리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고 8일 보도했다.

이번 하락은 단기 투기세력의 손절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카다 유스케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수석조사역은 "헤지펀드뿐 아니라 중장기 투자자도 엔화 매도·달러 매수 포지션을 해소하고 있다"며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포지션 청산의 배경에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일본은행이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거의 반영하고 있다. 회의 이후에도 3개월에 한 번꼴로 금리 인상을 이어가거나 최종금리 수준이 종전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이 경우 미·일 금리 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는 거래의 매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미·일 당국의 공동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도 엔화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이 단호한 시장·통화정책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계기로 외환시장에서는 미·일 당국이 엔저 시정을 위해 다시 공동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다만 7일의 환율 하락이 실제 개입에 따른 움직임일 가능성에는 신중한 시각이 나온다. 우에다 미쓰히로 다이와증권 외환 애널리스트는 7일 환율 움직임에 대해 아사히신문에 "실제 개입이었다면 엔화 가치가 이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동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는 달러 매수세를 약화시켰다. 이란 외무부는 7일 호르무즈해협 임시 항로를 둘러싼 오만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며칠 안에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동 불안으로 달러를 사들이던 움직임이 주춤해졌고,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일본의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149엔까지 하락 전망도


전날 무너진 155엔 선은 앞으로 환율 상승을 막는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노지 마코토 SMBC닛코증권 수석 외환·외채 전략가는 7일 닛케이에 환율이 반등하더라도 155엔에 가까워지면 엔화 매수 주문이 유입돼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주 중 152엔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은행이 17∼18일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고 매파 색채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재료가 나오면 15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마다 슈스케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 수석 일본 외환·금리 전략가는 엔화가 달러뿐 아니라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인 점을 들어 최근 환율 하락을 과도한 엔저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평가하며 연말 환율을 149엔으로 예상했다.

다만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우에노 쓰요시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연말 예산 편성 과정에서 확장재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환율이 160엔을 향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에 연내 환율이 150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대외직접투자와 디지털 적자 확대 같은 장기적인 엔화 매도 압력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160엔을 향한 엔저가 재개될 위험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