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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경제정책 설계자' 김용범의 15개월…부동산·ETF 책임론 결정타

  • AI·반도체 성장전략·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 주도

  • 정책소통 적극 앞세웠지만 잇단 설화에 부담 자초

김용범 정책실장이 사퇴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브리핑을 통해 김 실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김용범 정책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이 사퇴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브리핑을 통해 "김 실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김용범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15개월 동안 뚜렷한 공과를 남겼다. AI(인공지능)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가 성장전략을 설계한 핵심 참모였지만,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정책 실패 책임론의 한가운데에 섰다.

김 실장은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재정과 금융, 거시경제를 두루 경험한 그는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발탁돼 경제·산업·부동산·금융뿐 아니라 사회정책까지 총괄했다.

김 실장의 가장 큰 성과는 AI와 반도체를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산업·재정·금융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3대 메가 프로젝트와 7대 시드 정책도 김 실장이 구체화한 대표적인 국정과제다. 지역별 전략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하고,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 확대 역시 김 실장의 주요 업무였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과 이 대통령의 회동을 조율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생산적 재정' 기조에는 김 실장의 정책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재정을 단순히 경기를 떠받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와 첨단산업에 투자해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이를 다시 세수와 재정 여력 확대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경기 호전기에 발생한 초과 세수를 재정 안정과 미래 전략투자에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도 같은 맥락이다.

김 실장이 역대 정책실장과 가장 달랐던 점은 공개적인 정책소통이었다.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방송과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의 배경과 방향을 설명했다. 관가와 경제계에서 김 실장의 글을 향후 정부 정책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소통은 양날의 검이 됐다. 내부 조율이 끝나지 않은 개인 구상까지 공개되면서 청와대의 공식 정책과 김 실장의 생각이 혼재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도체와 AI 산업의 초과이윤·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국민배당금'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닥치고 지어야 한다"는 이른바 '닥공' 발언도 논란이 됐다. 김 실장은 그린벨트와 공업지역, 폐교와 공공부지까지 가용한 부지를 모두 살펴야 한다는 절박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참모의 언어로는 지나치게 거칠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장 큰 결정타는 지난 5월 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2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과 함께 정부의 쇄신 의지를 더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하루 만에 사의를 수용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 실장이 물러남에 따라 앞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심에 대한 반응도를 더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사퇴인 만큼, 부동산 정책 등에서 보다 유연한 기조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참모의 경우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2개월에서 6개월 정도이기 때문에 사실상 어떤 참모가 바뀌어도 특별히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 비서실장을 비롯해 각 수석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에 있으므로 차후 인선까지 구멍 없이 업무가 잘 수행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