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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으로 한숨 돌린 李대통령…靑, 조희대 '재제청 선택' 예의주시

  • 사법부 대응이 향후 분수령…사상 초유 임명동의안 보류

  • 강훈식 비서실장 포항 부친상 빈소 조문…'최대한 예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선 9기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선 9기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하며 국정 쇄신에 나선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의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새 후보자를 신속하게 제청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부친상을 당하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빈소에 보내는 등 사법부 수장에 대한 예우는 최대한 갖추는 모습이다.
 
강 비서실장은 31일 경북 포항성모병원에 마련된 조 대법원장 부친 조부환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이 대통령의 조의를 전달했다. 이장형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조문에 동행했다.
강 비서실장은 조문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국가 5부 요인의 조사인 만큼 “최대한 예우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는 빈소에 이 대통령 명의의 조화도 보냈다.
 
당초 조 대법원장 측은 가족들과 조용히 장례를 치르겠다며 외부 조문과 조화, 부의를 사양했다.
 
이 대통령이 제도적으로는 재제청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사법부와의 관계에서는 확전을 자제하는 ‘투트랙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 지지율이 리얼미터 조사 기준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온 상황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까지 장기화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ᅟᅡᆮ.
 
더불어민주당도 장례 기간에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자제하기로 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당 지도부에 조 대법원장을 직접 거명하거나 호명하는 것을 삼가고 공적 언행에서도 최대한 예우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 경위를 따질 계획이었으나 부친상을 고려해 현안 질의를 취소했다.
 
조 대법원장도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이번 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지만 부친상으로 발표 시점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한 손 후보자에 대해 제청 절차가 충분한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과의 실질적인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제청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하지만 대통령의 임명권 역시 실질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할 수 없으며,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반영돼야 한다는 논리다.
 
조 대법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손 후보자를 제외한 인사를 다시 제청하거나, 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후보자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밟는 방식이다.
 
기존 후보군에는 김민기 수원고법 부장판사와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대법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추천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존중하면서 남은 후보 중 한 명을 신속하게 제청하는 방안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거나 재제청 요구 자체를 거부하면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범위를 둘러싼 헌법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도 청와대의 선택 폭을 좁히는 변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8.9%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1.3%포인트(p) 하락하며 7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온 것은 취임 후 처음이며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1.8%p 오른 58.7%로 긍정 평가보다 19.8%p 높았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이며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개각 직후 대법원과의 충돌이 전면에 부각되면 인적 쇄신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며 “특히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기존 추천 후보군에서 재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인사청문회에서도 사법부 독립과 대통령 재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