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병목 '연산'서 '데이터 이동'으로…첨단 패키징 중요성 커져
HBM도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진화…삼성·SK와 패키징 협업 확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더 빠른 로직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데서 이들을 얼마나 가깝게 연결하느냐로 확대되고 있다. AI 연산 능력이 높아지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속도가 시스템 성능을 제한하는 '메모리 장벽'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HBM을 주도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도 메모리 성능뿐 아니라 로직과 메모리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이 차세대 경쟁력을 가를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열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의 'AI 시대를 위한 D램·첨단 패키징 미디어 브리핑'에서 무쿤드 스리니바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그룹 부사장은 AI 반도체의 핵심 과제로 전력 효율을 꼽았다. 그는 AI 반도체를 로직과 메모리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패키징으로 구분하고 "패키징에서는 로직과 메모리를 서로 매우 가깝게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직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3차원 구조로 진화하고 메모리가 D램을 수직으로 쌓은 HBM으로 발전하면서 패키징도 2.5D에서 3D 구조로 고도화되고 있다. 스리니바산 부사장은 차세대 D램의 핵심 요건으로 속도와 지연시간 그리고 대역폭을 제시했다. 입출력 밀도를 높이고 로직과 메모리의 거리를 줄여야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시간과 전력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HBM 적층 기술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는 D램을 마이크로범프로 연결하는 방식이 주로 쓰이지만 적층 수가 늘수록 접점과 칩 사이 간격을 줄여야 한다. 스리니바산 부사장은 "HBM의 전력 효율을 높이면서 스케일링하려면 마이크로범프 기반 적층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사이 간격을 줄여 열 효율과 집적도를 높이고 지연시간과 대역폭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다만 HBM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이 본격 상용화되는 시점은 아직 유동적이다. 스리니바산 부사장은 질의응답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HBM의 유망한 기술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적용 시점은 "고객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새로운 반도체 기술은 일정한 학습 곡선을 거치지만 기술적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는 HBM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새로운 과제가 된다.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는 "첨단 메모리를 제조하는 3개 업체 중 2개가 한국에 있고 여기에 패키징과 첨단 로직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칩을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을 어떻게 함께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하고 양산에 적용할지를 많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리니바산 부사장에 따르면 첨단 로직은 2000개 이상 공정 단계를 거치고 메모리도 1200개 이상이 필요하다. 그는 개별 공정을 따로 개선하는 것보다 소재와 공정 그리고 계측을 함께 최적화하는 '공동 최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플라이드는 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에픽(EPIC)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사와 장비·소재 업체가 초기 기술 개발부터 양산 적용까지 함께 진행해 상용화 기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펀딩 파트너로 참여한다. 박 대표는 미국 에픽센터에서 개발한 초기 기술을 국내에 건설 중인 협업센터와 연결해 국내 고객사의 제품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