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처서 만찬 회동…최태원 이어 재계 연쇄 소통
美 3500억 달러 투자 이행·민간 추가투자 압박 대응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투자 이행과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저녁 서울 모처에서 이 회장과 만났다. 청와대는 “비공개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회동 장소와 참석자,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개별 회동은 지난 6월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만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에서 국내외 기업인들과 함께 만난 이후로는 약 한 달 만이다.
이번 회동에서는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후속 조치와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생산시설인 팹 4기를 구축하고, 충청권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패키징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실제 착공과 생산으로 연결하려면 부지 조성과 전력·용수 공급, 인·허가 단축, 전문인력 확보 등이 선결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 회장으로부터 투자 진행 상황을 듣고 정부가 지원해야 할 제도적·행정적 과제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 회장과 만나기 전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한 초격차 전략산업의 다극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상징되는 초격차 전략산업의 다극화는 전국이 더불어 발전하는 모두의 성장 시대를 여는 열쇠”라며 지방 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차세대 전략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미 투자 이행 압박에 대한 대응도 이번 회동의 주요 관심사로 예상된다. 한·미는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1500억 달러와 대미 투자펀드 2000억 달러 등 모두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투자펀드의 첫 사업인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위해 미국과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의 수익 구조와 위험 분담, 투자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투자 집행을 서두르면서 한국 기업의 추가적인 현지 투자까지 연계해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은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가 국내 반도체 투자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국내에서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재원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한 바 있으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와 피지컬 AI·로봇산업 육성, 자동차 관세와 미국 현지 투자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