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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2000조 시대] 대출 문턱 높였는데 빚은 늘었다…시험대 오른 가계대출 총량규제

  • 5대은행 가계대출 연간 목표 이미 초과

  • 1.5%→3%로 4개월 만에 수정…획일적 관리 한계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연초 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묶으며 강도 높은 관리에 나섰지만 은행권 대출은 당초 목표를 이미 넘어섰다. 결국 금융당국이 불과 4개월 만에 관리 목표를 3%로 두 배 높이면서 연초에 한 해 대출 규모를 미리 정해 관리하는 방식의 실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780조2224억원으로 7월 말보다 1조4355억원 늘었다. 최근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이달 증가 폭은 3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정한 연간 목표도 이미 넘어섰다.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650조774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8047억원 증가했다. 올해 당초 증가 목표인 4조3300억원을 1조원 이상 웃도는 규모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관리 실적 1.7%보다 낮은 1.5%로 설정했다. 하지만 넉 달 만인 지난 13일 목표를 3%로 높이고 중도금·잔금·이주비 등 집단대출은 별도 한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번 조정으로 금융권에 새로 생기는 대출 여력은 약 30조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이 총량규제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방식은 연초 경제성장률 전망 등을 토대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정한 뒤 금융회사별로 한도를 배분한다. 문제는 이후 주택 거래와 입주 물량, 금리, 집값 등 시장 여건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여도 금융회사들은 연초에 배정받은 한도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처럼 대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 은행들은 연간 목표를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을 급격하게 조절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실수요 대출까지 차질을 빚으면 당국이 다시 한도를 늘리거나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연간 대출 수요를 하나의 숫자로 관리하다 보니 규제를 조였다가 다시 푸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총량관리를 포기하기도 어렵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 공급을 크게 늘리면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시장 과열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목표치를 두 배로 늘리면서도 총량관리 기조 자체는 유지한 이유다.

결국 쟁점은 가계대출을 관리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다. 연초에 정한 고정된 목표를 금융회사별로 기계적으로 맞추게 하기보다 주택시장과 대출 수요 변화에 따라 관리 목표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투기성 대출과 불가피한 실수요를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2000조 시대에 걸맞은 정교한 관리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