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몰입하다 보니 잉여현금흐름마저 최악의 상황, 기업 가치 하락 경고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대비 수익률이 역대급 저점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설비투자(CAPEX) 확대가 전망되면서 기업가치 조정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이날 장 마감 후 MS와 메타가 나란히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로는 30일 새벽 확인 가능하다.
지난 22일 먼저 실적을 내놓은 알파벳은 클라우드 매출이 82% 급증했음에도 연간 캐팩스 전망치를 최대 2050억달러로 상향하며 주가가 흔들렸다. MS·메타 실적에서도 설비투자 규모가 시장 반응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 컨센서스는 이미 눈높이가 높아질대로 높아져있다. MS는 이번 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867억~878억달러를 제시했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이보다 높은 894억달러 수준에 형성돼 있다. 가이던스 상회 여부와 함께 애저(Azure) 성장률(39~40% 가이던스)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메타는 매출 컨센서스가 601억~602억달러,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는 7.13~7.23달러 수준이다. 1분기 매출 성장률이 33%를 기록했던 만큼 이번 분기는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투하자본이익률(ROIC)의 역대급 저점이 있다. ROIC는 기업이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빅테크의 AI 투자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쓰인다.
아마존·MS·알파벳·메타·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지난해 24.7%까지 치솟았고, KB증권은 이 그룹의 합산 ROIC가 2027년 17.6%까지 저점을 형성한 뒤 2028년 20.8%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부담이 실제 수익성 지표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캐팩스 증가 속도가 워낙 가팔라 잉여현금흐름(FCF)부터 먼저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FCF는 전년 259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95% 급감했다. MS도 지난 회계분기(1~3월) FCF가 전년 동기 203억달러에서 158억달러로 22% 줄었는데, 설비투자 비용이 같은 기간 167억달러에서 309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다. MS는 이번 분기 설비투자 비용이 4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고한 상태여서, 2분기 FCF 감소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알파벳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마이너스 FCF를 기록했다. 알파벳의 2분기 영업현금흐름은 390억6900만달러였지만 설비투자 비용이 449억2400만달러에 달하면서 FCF는 마이너스 58억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알파벳이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 FCF를 낸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를 메우기 위해 알파벳은 2분기 중 496억달러 규모 유상증자와 203억달러 규모 무담보채 발행에 나섰다. 클라우드 수주잔고가 5140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500억달러 넘게 늘었다는 '방어 논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캐팩스 증액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업별 온도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IB들 사이에서는 캐팩스와 매출 간 연결고리를 숫자로 보여주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주가 디커플링이 하반기 최대 화두로 꼽힌다.
지난 1분기 알파벳은 클라우드 매출 63% 성장과 4600억달러 백로그를 근거로 주가가 상승한 반면, 메타는 매출 33% 성장·영업이익률 41%라는 양호한 실적에도 캐팩스 상단을 1450억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주가가 6% 이상 급락했다.
메타는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 전환의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번 2분기 실적에서 메타가 이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빅테크의 재무건전성 자체를 겨냥한 경고도 나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낸 보고서에서 MS·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코어위브 등 6개사를 분석해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잉여현금흐름을 악화시키고 신용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금 창출력이 큰 초대형 기술기업들은 투자등급이 단기간 흔들릴 가능성이 낮은 반면, 오라클과 코어위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오라클은 투자적격등급인 'Baa2'를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고, 코어위브는 이미 하이일드 등급인 'Ba3'로 분류돼 있다.
보고서 이후 AI 투자 부담론이 부각되며 반도체주는 급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조정과 맞물려 국내 코스피 시장에도 하락 압박을 주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종목들이 빅테크 캐팩스 지표에 연동돼 움직이는 흐름이 뚜렷하다.
MS·메타에 이어 다음 주 예정된 아마존 실적 발표까지 이어지는 빅테크 어닝시즌 전반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