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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쓰던 책상에 앉은 李 "나는 시계 만들었다"

  • 상파울루 금속노조 방문…소년공 시절 떠올리며 노동운동 발자취 살펴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금속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룰라 대통령이 노조위원장 시절 사용했던 사무실 전시공간에서  웰링턴 다마스세누 상파울루주 금속노조위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금속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룰라 대통령이 노조위원장 시절 사용했던 사무실 전시공간에서 웰링턴 다마스세누 상파울루주 금속노조위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노동운동 근거지인 상파울루 금속노동조합을 찾았다. 노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정상의 인연을 되새기고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여정을 직접 살펴보기 위한 일정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상파울루 금속노동조합 건물에 도착해 웰링턴 다마스세누 노조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건물 외벽에는 노조의 정식 명칭인 ‘ABC 금속노동조합(Sindicato dos Metalúrgicos do ABC)’이 빨간색 글씨로 적혀 있었다.
 
‘ABC’는 상파울루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산투안드레, 상베르나르두두캄푸, 상카에타누두술의 앞 글자를 딴 명칭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브라질 제조업 노동운동의 중심지로, 룰라 대통령이 노동운동가와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곳이다. 상파울루주 ABC 산업지대의 금속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했던 룰라 대통령은 1975년 금속노조 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1980년 노동자당(PT) 창당을 주도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건물 로비에는 룰라 대통령을 비롯해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프리다 칼로, 체 게바라, 로자 룩셈부르크 등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이 대통령은 다마스세누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룰라 대통령이 노조위원장 시절 사용했던 2층 사무실로 이동했다. 계단을 오르며 노조 조합원 수와 주요 직종, 브라질 전역의 노동조합 현황 등을 물었다.
 
다마스세누 위원장은 “브라질 전역에 노동조합이 1만1000개가량 있고, 이 가운데 약 6000개가 기업 단위 노조”라며 조합원들의 주요 직종은 자동차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의 옛 집무실에는 집무용 책상과 회의용 탁자를 비롯해 당시 사용했던 전화기와 연필깎기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자료집과 노동운동 당시 룰라 대통령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도 전시돼 있다.
 
이 대통령은 오래된 전화기와 자료집, 사진 등을 차례로 살펴봤으며 건물이 언제 세워졌는지도 물었다. 다마스세누 위원장은 “1974년 조합원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렸다”고 답했다. 노조가 발행하는 일간지는 매일 7만4000부를 찍어 조합원들의 일터에 배포한다고 소개했다.
 
집무실에는 룰라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져온 오래된 촬영 카메라도 전시돼 있었다. 다마스세누 위원장은 “이 카메라로 당시 노동운동과 파업 활동을 모두 기록했다”며 이후 노동자 TV 채널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마스세누 위원장이 수납장을 열어 술과 술잔을 보여주며 “모두가 에너지를 재충전하던 곳”이라고 소개하자 이 대통령은 크게 웃으며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마스세누 위원장의 권유로 룰라 대통령이 사용했던 집무용 의자에 앉아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이 과거 전화기를 들고 한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찍었던 사진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다마스세누 위원장이 “룰라 대통령이 이 사진을 보면 아주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옛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사무실의 바닥재와 블라인드, 타일도 룰라 대통령이 근무했던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 대통령은 건물 1층으로 이동하면서 과거 어떤 일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시계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다마스세누 위원장은 자신도 폭스바겐에서 금속공으로 일하면서 공부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로비에서 다마스세누 위원장, 카를루스 카라멜루 부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들 뒤편에는 룰라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평화는 비싸다. 그러나 전쟁은 그보다 더 비싸다”는 문구가 포르투갈어로 적힌 깃발이 걸려 있었다.
 
다마스세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배웅하며 “모시게 돼 큰 자부심을 느끼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조 관계자들과 악수한 뒤 약 15분간의 방문을 마치고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