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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경쟁에 부채 부담 커진 빅테크…신용시장서 '경고음'

  • 오라클·스페이스X·알파벳·아마존·메타·브로드컴·엔비디아 CDS 프리미엄 사상 최고

데이터센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센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부채 확대로 이어지면서 신용시장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LSEG 자료를 인용해 오라클과 스페이스X, 알파벳,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엔비디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CDS는 회사채 발행 기업이 부도날 경우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오르면 해당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을 시장이 더 크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과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서 향후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존 에일워드 소나애셋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용시장은 불확실성에 취약하다"며 "AI 투자 자금의 조달 속도와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심각한 신뢰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관련 채권에 대한 수요가 약해진 징후도 나타났다. 메타가 미국 텍사스주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조달한 120억 달러(약 17조5000억원) 규모의 차입 비용은 최근 정크본드에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했다.

에일워드는 메타의 해당 채권이 신용등급 'B-' 수준의 채권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됐다며 "상당히 놀라운 상황이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신용위험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오라클이다. 오라클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올해 초 144bp(1bp=0.01%포인트)에서 27일 215bp까지 올랐다. 1000만 달러 규모의 오라클 회사채 부도 위험에 대비하려면 연간 21만50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라클은 지난달 향후 1년간 데이터센터 확충에 7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는 대규모 AI 투자에 비해 수익성을 확보할 경로가 불확실하다며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최하단인 'BBB-'로 낮췄다.

데이비드 브라운 뉴버거버먼 투자등급 부문 글로벌 공동대표는 "현재 수준의 자본지출이 계속 증가할지, 언제 다시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설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단기간에 답을 얻기는 어려우며 최근 채권시장 약세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조달해야 할 자금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도 여파

신용시장 불안은 오라클을 넘어 다른 빅테크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도 사상 최고치인 79bp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추진하는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2500억 달러를 보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엔비디아와 오픈AI는 관련 내용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알파벳의 CDS 프리미엄도 이날 67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올해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20여 년 전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투자적격등급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의 실제 부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신용등급 강등과 회사채 가격 하락,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CDS를 매입하는 움직임은 확산하고 있다.

조지 캐트램본 DWS그룹 미주 채권부문 대표는 "실적 발표 이후 기업들의 자본지출 규모를 확인한 투자자들에게 헤지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아직 매출을 증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막대한 부채가 발행됐고, 이에 대한 시장의 검증도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DS가 기술주 약세에 베팅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니시 카브라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주식전략 책임자는 "하이퍼스케일러를 평가할 때는 주당순이익(EPS)이 아니라 CDS를 봐야 한다"며 "AI 자본지출이 현금 창출 규모를 계속 웃돌면서 기술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경기 사이클 저점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