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우주·핵심광물 등 협력 확대…총 7건 양해각서 체결
하반기 방산공동委 출범·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추진키로
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재개 논의…한반도 비핵화에도 공감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아우보라다궁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역사적인 국빈 방한에 이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11년 만에 브라질을 국빈 방문하게 됐다”며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난 2월 채택한 ‘4개년 행동계획’에 이어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협력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정상의 다섯 번째 만남이다.
양국 정상은 우선 정상회담에 앞서 가동된 고위급 협의인 ‘경제·통상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역과 투자는 물론 방산, 항공우주, 핵심광물, 디지털경제 등 미래 산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체결된 산업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공급망 기초요소와 바이오경제, 지속가능연료, 산업 탈탄소화, 저탄소 소재, 인공지능(AI)·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등 7개 분야의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
핵심광물과 에너지 분야에서는 양국 기업과 기관이 광물 탐사부터 개발·가공·활용에 이르는 공급망 전 주기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기술·산업 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협력 MOU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효율 등 청정에너지·에너지 전환 분야의 공동사업도 발굴한다.
국방·방산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 양국 간 ‘방산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군사·국방 비밀정보 보호 및 교환에 관한 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하반기 우리 공군이 도입할 예정인 브라질산 C-390 수송기에 한국 기업의 부품이 탑재된 사례를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적인 성과로 평가하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브라질리아 국제공항 도착 이후 곧바로 우리 공군이 도입할 브라질 엠브라에르사의 C-390 대형수송기를 시찰하기도 했다.
우리 군의 C-390 도입은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총 8830억원을 투입해 공군의 항공수송 및 평화유지활동 능력을 높이는 대형수송기 사업이다. 정부는 2023년 12월 기종 선정과 계약을 마쳤으며 올해 12월 1호기, 내년 말까지 2·3호기를 차례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우주 협력 MOU도 체결됐다. 양국은 한국 민간기업이 브라질 발사장을 이용할 때 발사 허가 등 중복 규제를 조정·간소화하고, 달 탐사와 위성 데이터 공유, 우주산업 육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관련 국내 고시를 개정해 브라질 발사장을 이용하는 우리 기업의 행정비용과 발사 대기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양국 정상 임석 아래 우주·체육·교육·에너지·산업기술 등 5개 문서가 서명됐으며, 영화와 사이버보안 협력 MOU 2건은 별도로 체결됐다. 양국 간 최초로 체결된 체육 협력 MOU에는 선수·지도자 교류와 체육 정책·경험 공유 등이 담겼다.
교육 분야 MOU는 1966년 한·브라질 문화협정 이후 60년 만에 체결된 교육 관련 문서로 브라질 정규학교 내 한국어교육 확대와 기술·직업교육, 고등교육, AI·디지털 교육 분야의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15년 체결된 영화 협력 MOU는 공동제작 행사와 상대국 영화 상영, 영화산업 인력 교류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갱신됐다. 사이버보안 협력 MOU는 침해사고 대응과 공동연구, 정책 교류, 인력 양성을 통해 국내 보안기업의 브라질과 중남미 시장 진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국은 국제평화와 안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AI와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에서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안보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튼튼한 안보라는 우리 정부의 철학을 설명했고, 룰라 대통령도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
양국 정상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 기업에는 남미공동시장 진출 기회를, 브라질 기업에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한국과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남미 공동시장 4개국이 추진해 온 포괄적 통상협정을 말한다. 공식 명칭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아닌 ‘무역협정(TA)’이지만, 상품 관세뿐 아니라 서비스·투자·전자상거래·정부조달·지식재산권 등을 포괄해 사실상 FTA에 가까운 구조다.
이 대통령은 ‘아 우니앙 파즈 아 포르사(A união faz a força·함께할 때 더 강해진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연결한다면 태평양을 사이에 둔 거리는 더 이상 제약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가능성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