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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엔화 엇갈린 흐름…엔화 가치 40년 만에 최저

  • 美·日 금리차에 슈퍼 엔저…원화는 달러 유입에 강세

  • 원·엔 환율 100엔당 800원대로…탈동조화 뚜렷

사진챗GPT
[사진=챗GPT]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원화는 강세를 이어가며 원·엔 환율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원화와 엔화의 탈동조화가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71엔 오른 163.785엔을 기록했다.

전날인 23일에는 장중 163.986엔까지 오르며 1986년 12월 이후 3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엔·달러 환율이 75엔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5년 만에 엔화 가치가 반토막 난 셈이다.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일본 정부의 대응이 구두 개입에 머물면서 엔화 약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다카이치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데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정책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1%로 인상했음에도 미국 기준금리(3.50~3.75%)와의 격차가 여전히 커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화는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466.6원으로 내려오며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 5월 7일(1454.0원)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와 엔화는 통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지난달까지만 해도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원화는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6.24% 상승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대규모 달러 유입이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나스닥 상장으로 조달한 약 265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환전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도 확대되고 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24일 기준 100엔당 889.83원까지 떨어져 2024년 7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엔테크와 일본 여행 수요가 다시 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확대돼 내수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향후 엔화 가치 변동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국채금리 상승을 자극해 글로벌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슈퍼 엔저 현상이 당장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엔·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는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엔화의 추가 약세는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 국채금리는 물론 글로벌 국채금리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엔저를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전환될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이 변화하면서 자산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