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1심은 SK 주식을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 관장이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일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예금 등만 분할 대상이 됐고 재산분할금은 665억원에 그쳤다.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혼인 기간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SK 주식 가치가 크게 높아졌고, 노 관장의 가사와 자녀 양육, 그룹 관련 대외활동도 가치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SK 주식을 공동재산에 포함하고 노 관장의 몫을 35%로 인정해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노 관장 측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불법 자금을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전에 경영권 유지나 경영활동을 위해 친인척 등에게 증여한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한 것도 잘못이라고 봤다. 이 판단에 따라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돌아갔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SK 주식 자체는 여전히 부부 공동재산이라고 판단했다. 비자금 300억원과 증여 주식을 제외했지만, 노 관장이 장기간 혼인생활을 유지하며 가사와 양육, 대외활동을 담당한 점은 주식 가치의 유지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되는 이유는 기업가의 주식을 단순한 개인 재산으로만 보지 않으면서도 배우자의 기여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데 있다. 기업의 주식은 경영권과 지배구조의 기반이지만, 혼인 기간 그 가치가 크게 늘었다면 배우자의 가사와 양육, 사회적 활동 역시 재산 형성 과정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승계받은 재산이라고 해도 혼인 기간 가치가 유지되고 증가한 과정까지 모두 특유재산으로 볼 수는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주가 산정 기준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재판부는 재산 가액을 2024년 4월 16일 항소심 변론종결일 기준으로 산정했다. 당시 16만원 수준이던 SK 주가는 파기환송심 변론종결 무렵 80만원대로 올랐지만, 상승분을 재산 가액에 직접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경우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은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다만 주가 급등은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했다. 법적 안정성과 현실적 형평성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다. 상장주식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혼 확정 이후의 상승과 하락에는 경영자의 활동과 시장 상황이 함께 작용한다. 이후의 주가 변동을 모두 소급해 나눈다면 재산분할 사건이 사실상 끝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가치가 수배로 오른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도 공평한 청산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재판부가 가액 산정 시점은 기존 원칙을 따르되 상승분을 분할 비율에 반영한 이유다.
재산분할 방식을 현금 지급으로 정한 점도 타당하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그룹 경영권과 직결돼 있다. 이를 직접 나눌 경우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안정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배우자의 재산권은 보장하되 기업의 경영권이 이혼소송으로 흔들리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개인의 권리와 기업의 안정이라는 두 가치를 함께 고려한 결정이다.
이번 사건은 재벌 총수 개인의 이혼을 넘어 한국 사회의 재산분할 원칙에 중요한 기준을 남겼다. 가사와 양육은 경제활동과 분리된 부수적 역할이 아니다. 장기간 혼인생활 속에서 배우자가 담당한 역할은 기업 가치와 자산 증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불법 자금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한 기여로 인정될 수 없다는 원칙도 확인됐다.
법원 판결은 혼인 공동체의 기여를 공정하게 평가하면서 기업 경영의 연속성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판결은 그 두 원칙을 조정하려 한 결과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도 재산의 형성 과정, 배우자의 실질적 기여, 기업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따져 일관된 기준을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