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7% 급등…美·獨·英 국채금리 동반 상승
美, 한국 포함 60개국에 10~12.5% 관세 부과
ECB 금리 동결에도 에너지 충격 경계…Fed 인상 기대 확대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중동 원유 수송로 위협
23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7.04% 오른 배럴당 100.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종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17% 상승한 배럴당 92.19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5거래일 연속 올랐다.
중동의 무력 충돌로 원유 수송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는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두 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막히면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로 두 곳이 동시에 위협받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하면 올해 4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까지 차질을 빚으면 유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급등은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3일 4.703%로 오른 데 이어 24일 아시아 거래에서 4.7135%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5년 1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3.205%까지 올라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096%까지 상승해 두 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美, 60개국에 새 관세…수입품 가격 압박
여기에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도 물가 부담을 키울 요인으로 등장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무역 상대국에 10~12.5%의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60개국은 미국 전체 수입의 99.4%를 차지한다.
국가별 관세 적용 방식은 다르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는 기존 최혜국대우(MFN) 관세와 새 관세를 합한 세율이 최소 12.5%가 되도록 한다. 기존 관세율이 12.5%보다 낮으면 부족한 만큼만 추가하고, 이미 12.5% 이상이면 새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과 대만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되 합산 관세율 기준은 10%로 정했다. 반면 영국과 캐나다, 인도, 멕시코 등 17개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무역법 301조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1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
새 관세는 미 동부시간 24일 오전 0시1분부터 시행됐다. 이번 관세 대상에서 원유와 주요 석유제품, 천연가스, 일부 비료 원료 등은 제외됐다.
시장에선 고유가가 전 세계의 에너지·운송비를 높이고, 관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 가격을 압박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도 어려워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3일 예금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ECB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에 미칠 영향이 아직 완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ECB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론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국 중앙은행(BOE)도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연준이 다음 주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약 3분의 1로 보고 있다. 내년 1월까지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