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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 역할 다시 쓴다…HBM 병목 푸는 후공정 승부

  • M15X 이어 P&T7 투자로 전후공정 축 구축

  • 이천·용인·인디애나와 생산기지 역할 분화

SK하이닉스 청주 팹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청주 팹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청주 생산기지를 인공지능(AI) 메모리 전후공정의 핵심 축으로 키우고 있다. 낸드 중심 거점이던 청주가 M15X와 P&T7을 앞세운 고대역폭메모리(HBM) 거점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번 투자는 SK하이닉스의 생산기지 전략이 한층 선명해진 조치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청주 P&T7 건설을 위한 시설투자 7조931억원을 의결했다. 자기자본의 5.88% 규모다. P&T7은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후공정 시설로, 지난 4월 착공한 회사의 일곱 번째 패키지·테스트 공장이다.

주목할 대목은 투자 규모보다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측은 "이번 공시는 투자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이사회 결의 금액이 늘어남에 따라 재결의한 것"이라며 "기존 발표한 총투자비 19조원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생산 증가에 대응하고 클린룸 가동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건설 자금 집행을 앞으로 당겼다는 것이다. 투자 총액을 늘린 것이 아니라 완공 시계를 앞당긴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로 SK하이닉스의 생산 지도는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천은 D램 생산과 기술 개발의 중심축으로, 용인은 차세대 D램 대량 생산을 맡을 장기 거점으로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청주는 M15X의 전공정과 P&T7의 후공정을 함께 소화하는 AI 메모리 거점으로 부상했다. 미국 인디애나는 북미 빅테크 고객 대응과 차세대 HBM 패키징 연구개발을 맡는 구조다.

청주는 그동안 낸드 생산기지 성격이 짙었다. M11과 M12, M15가 이곳에 들어서 있다. 여기에 M15X가 더해지면서 차세대 D램과 HBM 생산능력 확대를 맡게 됐다. P&T7까지 가동되면 전공정과 후공정을 모두 갖춘 복합 생산기지로 바뀌게 된다.

이 같은 재편은 HBM 경쟁의 성격이 달라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D램 경쟁이 미세공정과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갈렸다면, HBM은 전공정에서 만든 D램을 여러 장 쌓아 연결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패키징 수율과 테스트 처리능력이 실제 공급량을 좌우하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P&T7이 이 병목을 겨냥한 투자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공정 생산능력을 늘려도 후공정이 따라가지 못하면 고객사에 납품할 물량은 늘지 않는다. AI 반도체 고객사의 로드맵에 맞춰 HBM을 공급하려면 패키징과 테스트 역량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웨이퍼를 많이 찍는다고 바로 공급이 늘어나는 제품이 아니다"라며 "쌓고 연결하고 검증하는 후공정 능력이 따라와야 고객사가 체감하는 공급능력이 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힘을 싣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관측이다. M15X와 P&T7이 같은 청주권에 자리 잡으면 전공정과 후공정 간 연결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양산 과정에서 나오는 수율 개선과 품질 검증 피드백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도 청주의 역할 확대를 공식화한 바 있다. 곽 대표는 이달 충청권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낸드를 생산할 M17에 80조원, 첨단 패키징 강화를 위한 P&T7 등에 20조원 등 청주에 1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주를 대한민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거점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HBM 주도권 경쟁이 제품 기술에서 생산 체계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HBM 성능뿐 아니라 약속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납품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