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후유증 남아있는데…취약차주 신용위험 가팔라질 수도
금리 인상은 경기 과열을 식히는 처방이지만 동시에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먼저 파고든다. 2022년 시작된 긴축 국면 이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었고 자영업자들은 연체 위험에 내몰렸다.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다시 긴축을 시작하면서 시장에서는 지난 긴축의 상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 금리 상승기 이후 기업과 자영업자 부문의 부실 지표는 뚜렷한 악화 흐름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좀비기업’ 증가다. 한은의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35%에 달했다.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가 겹치면서 기업 수익성이 크게 약화된 영향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자금 조달 여건이 취약해 금리 변동으로 인한 충격을 더 크게 받는다.
자영업자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2023년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6%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시기 누적된 부채에 높은 차입 비용이 더해지면서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진 영향이다.
문제는 직전 긴축기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2026년 다시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취약 기업의 상환 능력은 더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말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5년 5월(1.11%)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법인대출 연체율도 1.11%로 2017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 긴축기에 시작된 부실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우려되는 것은 연체율 상승이 다시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를 보면 은행들은 향후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위험이 커질수록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여신 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용한다.
은행권 자금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으로 향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82조7203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368억원(0.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190조3641억원으로 4조9285억원(2.7%) 늘었다.
매출 감소와 이자 부담으로 현금 흐름이 나빠진 중소기업은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 연체가 부실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자금력이 취약한 기업일수록 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의 충격을 먼저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자체보다 무서운 것은 부실이 이미 누적돼 있다는 점”이라며 “직전 긴축기의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긴축이 이어지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