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보유세·전세대출·공급 규제라는 세 갈래 쟁점을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구체적인 세율과 대출 기준, 공급 목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향후 대책에서 초고가 1주택 과세, 전세대출 관리,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주요 검토 축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주택공급, 주택금융, 부동산세제 분야별 경청토론회를 열었고, 이날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서 사전 논의와 온라인 국민 제안을 종합했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발표할 세법 개정안과 후속 부동산 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토론회의 무게는 세제 쪽으로 기울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언젠가는 터진다”며 “정치적 손해를 좀 보더라도 대비는 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보유세 상향과 관련해 “과거에 했어야 될 일”이라고 언급했다. 집값을 인위적으로 낮추겠다는 뜻보다는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투자 압력을 세제와 금융으로 낮추겠다는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핵심은 1주택자 안에서도 실거주·비거주, 일반 주택·초고가 주택을 어떻게 나눌지다. 이 대통령은 거주용 1주택, 비거주용 1주택, 다주택, 초고가 1주택 등 차등 요소를 언급하며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보유 부담을 설정하고 실거주자는 감면하는 방식을 거론했다. 또 ‘실거주’ 대신 ‘거주용’이라는 표현을 쓰자는 의견도 냈다.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적으로 비워둔 주택까지 투기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유세 개편 필요성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주택 보유 수가 아니라 보유 주택의 합산 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고가 1주택자 보유세를 두고는 과도한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과 미실현 이익 과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초고가 주택 기준도 30억원 이상부터 50억원 이상까지 다양한 안이 제시됐다.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전세대출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과 관련해 “조정을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 정책인 동시에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발제에서도 전세대출은 실수요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고, 다주택자와 비거주 임대인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대출 규제를 어디까지 조일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온라인 의견수렴에서는 주택금융 분야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정부가 22일 오후 8시 기준 공개한 온라인 국민 제안 5004건 가운데 주택금융은 2197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공급 1530건, 부동산 세제 1277건 순이었다.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대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집값 상승 우려를 고려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렸다.
공급 분야에서는 뚜렷한 묘수보다 기존 병목을 어떻게 풀지가 과제로 남았다. 이 대통령은 주택 공급과 관련해 “어디서, 어떻게가 마땅치 않다”며 공급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의무 합리화,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등이 제시됐다.
비아파트와 민간임대 공급도 별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정부 공급 대책에 민간임대를 임기 내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빠져 있다”며 “민간임대를 위한 공급자 금융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지 못해 기존 공급 체계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분양 중심 공급만으로는 전월세시장 불안을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결론보다 쟁점을 확인한 성격이 강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어느 가격대부터, 어떤 세율로, 실거주자는 어떻게 보호할지가 남아 있다. 전세대출을 조정하더라도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 사이의 기준선이 필요하다. 공급 대책 역시 규제 완화가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