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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재점화] 방어 카드 된 대미 투자, 1호 사업 나오나…쿠팡 변수 여전

  • 김정관 장관 방미…2000억弗 전략 투자 첫 단추

  • 관세 재압박 대응 카드…사업성 검증이 핵심

  • 쿠팡 통상 변수까지...대미 협상 시험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사진산업통상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산업통상부]
미국의 관세 재압박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협상의 핵심 카드로 떠올랐다. 정부는 투자 이행 의지를 앞세워 대미 통상 협상에 대응한다는 구상이지만 사업성 검증과 쿠팡을 둘러싼 미국의 차별 규제 공세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에너지 분야 1호 프로젝트 후보 부상...상업성·위험 분담이 관건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후보 사업, 지원 조건, 후속 일정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를 계기로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미 전략투자 이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국은 지난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전략산업 투자에 각각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이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MRO)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당초에는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이 가장 먼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너지 분야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발전설비와 전력 인프라 확보가 미국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남부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방안 등이 거론된다. 미국이 장기적으로 전력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AI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전력 공급이 시급한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는 1호 사업 선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관세 협상 성과를 앞세워 사업을 서둘러 확정하기보다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도 후보 사업별 수익성과 위험 요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오는 8~9월께 가시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사례가 반면교사"...정부, 사업성 검증에 무게

정부가 신중론을 펴는 배경에는 일본의 대미 투자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발표한 일부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두고 환경 리스크와 사업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맹국 자본을 활용해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상업성보다 정책적 목적이 앞설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에 정부도 투자 규모보다 사업 구조와 미국 측의 지원 조건을 우선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투자 회수 기간이 10~20년에 이르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장기 전력판매계약(PPA), 세제 지원, 정책금융 보증, 인허가 절차 등 수익성을 좌우하는 조건이 명확해야 민간 기업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투자금 회수 구조와 위험 분담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세 협상 성과를 위해 속도를 낼 경우 국내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 차별 논란도 변수..."투자 규모보다 구조 중요"

이번 방미에서는 쿠팡을 둘러싼 통상 현안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1일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2일에는 백악관 관계자가 한국 정부의 쿠팡 차별 대우 의혹을 제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미국 기업인 쿠팡이 차별적인 규제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기업 국적과 무관하게 국내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도 이번 방미에서 쿠팡 관련 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해당 사안이 투자와 관세 협상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통상 변수와 사업성 검증 과제가 맞물리면서 대미 협상 전략도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미 투자를 무조건적인 관세 인하 카드로 쓰기보다 양국이 실질적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미 투자를 통해 관세를 추가로 낮추기보다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데 협상의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와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등 미국이 필요로 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