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통신체계 개발자, 인터뷰 통해 당시 지휘체계 의혹 제기
"여러 부대서 'PRE 쓰지 말라' 상부 지시 있었다" 증언 나와
영내 대기 부대도 1곳만 남아…"실제 작전 규모와 기록 차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한 군 헬기는 12대로 추정되지만, 특수전사령부 지휘소에 보존된 자료에는 4대 정도의 움직임만 남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완전무장 상태로 영내에서 대기한 다수의 부대 중 기록은 1개 부대만 확인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만일 일부 계엄군이 정상적인 지휘체계를 거치지 않은 채 운용된 상황이었다면 누가 이를 지시했는지가 수사 기관을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27년간 군 통신체계 개발에 참여한 김현석씨는 21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당시 보도와 목격 내용을 종합하면 국회로 향한 헬기는 12대로 파악되는데, 지휘소 자료에서는 약 4대만 확인된다"며 "나머지 헬기의 이동 기록이 정상적인 지휘체계에서 확인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비상계엄 이후 기술 지원을 위해 여러 부대를 방문해 위성 기반 지휘통제체계(PRE) 운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일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과 함께 이러한 이유에 대해 '상부 지시'라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확인하려고 물어본 것"이라며 "그런데 여러 부대에서 PRE를 사용하지 않았고,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동일한 취지의 답변이 나왔다"고 말했다.
"위성 PRE 정상 운용됐다면 지휘소에서 헬기 상황 확인돼야"
김씨가 가장 먼저 제기한 의문은 실제 투입된 헬기 규모와 지휘 기록의 차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위성 PRE는 부대와 헬기 위치를 지휘소로 전송하고, 명령·상황을 공유하는 지휘통제 단말이다. 김씨는 이 체계가 정상적으로 운용됐다면 헬기의 위치와 이동 상황도 지휘소에서 확인돼야 한다고 언급했다.그는 일부 헬기의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이유로 △장비 자체를 지참하지 않았을 가능성 △장비를 지참했지만,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 △정상적인 지휘망이 아닌 다른 통신 수단을 이용했을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당시 헬기별 위성 PRE 지급·반납 기록과 장비 접속 로그, 비행 기록, 특전사 지휘소 상황 일지 등을 대조해 어느 가능성이 사실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씨는 헬기뿐만 아니라 당일 완전무장한 채 영내에서 대기한 부대의 기록도 실제 규모와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보존 자료에는 영내 대기 부대 가운데 1개 부대만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출동하지 않았더라도 작전 대기 상태인 부대의 운용 기록은 지휘체계에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는 "완전무장을 하고 출동 대기 명령을 받은 부대도 작전 통제 대상"이라며 "많은 부대가 대기했는데, 1개 부대만 기록됐다면 나머지 부대가 어떤 방식으로 지휘받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뉴스공장' 관련 시설 등으로 출동한 일부 부대의 움직임도 자료에서는 모두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계엄 이후 장비 점검과 기술 지원을 위해 관련 부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로부터 "상부 지시에 따라 계엄 당시 PRE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 부대의 판단이나 장비 고장이었다면 부대마다 설명이 달라야 한다"며 "여러 부대에서 같은 취지의 답변이 나왔다면 어느 지휘선에서 어떤 명령이 내려왔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의 핵심은 PRE 장비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라며 "지시가 있었다면 누가 결정했고, 어떤 경로를 거쳐 각 부대로 전달됐는지가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합참 "비행 기록 없다"는데 지휘소에 전달된 정황도 규명 대상
합동참모본부는 비상계엄 당시 서울 서초구 일대의 저공비행과 관련한 자료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확인한 지휘소 자료에는 헬기 운용 정보 기록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앞서 합참은 지난해 7월 아주경제가 보도한 '[단독] 계엄 때 헬기 소리 들렸다더니…방배동 아파트 위 저공 비행'이란 기사 취재 과정에서 계엄군이 탑승한 헬기가 수도권에 진입한 뒤 방배동 아파트 밀집 지역을 저공비행한 기록은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지휘소 자료에는 헬기 운용과 관련한 내용이 합참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있다"며 "합참에 자료가 없다면 실제 전송이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전송 뒤 자료가 보존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연합군 지휘관과 군단급 지휘관, 전 합참 주요 보직자 등은 "군 지휘체계가 정상적으로 운용됐다면 특전사 지휘소에서 취합된 작전 정보는 합참 상황체계에도 연동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휘소 기록과 합참 서버 기록이 일치하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씨에 따르면 특전사 지휘소 전장관리체계는 통상 작전이 종료되면 다음 임무를 위해 초기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계엄 당시 일부 작전 자료는 보존돼 있었으며, 이는 군 내부 관계자가 증거 차원에서 남겨뒀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는 "누군가 계엄 당일 자료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자료가 없었다면 실제 부대 움직임과 지휘 기록을 비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자료의 진위와 증거 가치를 확인하려면 관련 원본 자료와 서버 생성 기록, 수정 이력 등을 확보할 수 있는 군 수사 권한을 가진 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씨는 "일부 계엄군이 공식 지휘망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단순한 장비 운용상의 문제인지, 별도의 지휘 방식에 따른 결과인지를 밝혀야 한다"며 "특전사 지휘소와 합참에 남아 있는 원본 기록을 대조하면 당시 계엄군의 실제 지휘 구조를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