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선이 하루 350만배럴 운송…호르무즈 반출 원유 3분의 1 담당
WSJ "비교적 안전하던 셔틀 운항 신뢰 무너져"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며 원유를 실어 나르던 이른바 '셔틀선'이 이란의 공격 표적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새벽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운항하던 초대형 유조선 3척을 공격했다. 이 가운데 2척은 걸프 지역과 해협 밖 항구를 반복 운항하는 셔틀 선단 소속으로 파악됐다.
WSJ는 이번 공격으로 일반 장거리 운항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셔틀 운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셔틀선은 걸프 산유국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이나 오만 소하르항 등 해협 밖 항구에 하역한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온 유조선이 원유를 옮겨 실어 중국과 한국 등지의 정유시설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한 이후 해협 진입을 감수하려는 선주가 극소수에 그치면서 셔틀선은 원유 수송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짧은 항로를 반복 운항해 회항 시간을 줄이고, 해협 밖으로 반출하는 원유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S&P글로벌에너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셔틀 운항과 선박 간 환적을 통해 하루 평균 약 35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 밖으로 운송됐다. 이는 해협을 통해 반출된 하루 원유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지난 4월 미미한 수준으로 시작된 셔틀 운항은 점차 대규모 수송 체계로 확대되며 에너지 시장의 충격을 완화해왔다. 상당수 선박은 미 해군의 호위를 받았고, 미군 전투기가 고속정 등 위협에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미군의 보호를 받더라도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인도인 선원 1명이 숨진 뒤 선장과 선원들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피격 선박 가운데 '몸바사B'호는 UAE 국영석유회사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계약을 맺고 네 차례 셔틀 운항을 수행했다. 사망한 인도인 선원도 이 선박에 타고 있었다.
몸바사B호는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의 영문 법인명인 시노코(Sinokor)가 운영하는 유조선단 소속이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말 세계적인 해운기업 MSC 공동 창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유조선 수십 척을 매입한 뒤 전쟁 발발 이후 ADNOC과 협력해 걸프 해역 운항에 투입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금상선과 MSC 경영진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셔틀 운항을 마비시키기 위해 관련 선박을 계속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최소 2명의 선장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란이 드론보다 속도가 빠르고 파괴력이 큰 순항미사일을 공격에 동원하면서 운항 위험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항미사일은 선원들이 대응할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이란의 공격 범위가 호르무즈 해협 주변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피격 선박 가운데 스톨트마그네슘호는 해협에서 약 500㎞ 떨어진 오만 앞바다에서 공격받았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은 채 오만산 화학제품을 싣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중이었다.
선박중개업체 E.A.깁슨의 리처드 매슈스 리서치 책임자는 "일반적인 해협 통과와 셔틀 운항이 모두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며 "원유시장뿐 아니라 해운시장에도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