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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찜통더위에 물 두 병…'갑질·파행' 얼룩진 지방 대입박람회

  • 1만 명 몰린 경기도교육청 박람회, 냉방 미흡·주차 대란에 수험생·대학 모두 '분통'

  • 사설 업체에 '외주' 운영 행태로 맡겼으나…교육청, 박람회 파행 운행 책임 "자유로울 수 없어"

  • "사정관 1명당 총 18명만 상담"…융통성 없는 번호표 배부로 학생·학부모 상담 차질 '도마위'

  • "서울권 선호 대학은 무료, 아쉬운 지방대는 유료"…타 지역 박람회 부스비 차별·갑질 논란까지

지역 교육청이 개최한 수시 박람회 전경 대입 상담을 위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몰렸지만 냉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교육청이 개최한 수시 박람회 전경. 대입 상담을 위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몰렸지만 냉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아주경제 DB]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정확한 입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지방 대입박람회가 총체적 파행 운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교육청 주관 박람회에서는 1만 명 이상이 몰린 폭염 속에서 냉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설 업체 '외주' 형태로 행사 운영을 맡겼다고는 하지만 상당수 수험생이 상담조차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타 지역 박람회에서는 대학들에게 8시간 연속 상담을 강요하면서 식사조차 제공하지 않거나, 대학의 인지도에 따라 부스 참가비를 차별해서 받는 등 심각한 ‘갑질’ 행태까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찜통더위 속 물 두 병 지급이 끝…최악의 환경에 ‘주차 지옥’까지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이 한 대학 체육관에서 주최한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 A씨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날 폭염경보가 내린 날씨에 1만 명 이상이 몰렸지만, 실내 냉방이 전혀 되지 않아 밖과 다를 바 없는 찜통더위였다”며 “대형 선풍기가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거나 무용지물이었고, 항의를 해도 주최 측은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상담하는 대학 관계자들에게 제공된 것은 부스당 생수 단 두 병이 전부였고, 추가 지급조차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문객과 대학 관계자들의 불편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사전에 안내된 종일 주차 요금은 3000원이었으나, 출차 시 정문 요금소에서 일일이 개별 결제를 진행하도록 시스템을 방치한 것이다.
 
A씨는 “미리 주차권을 정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출구에서 직접 결제하게 만드는 바람에, 차를 빼는 데만 30분에서 1시간 이상 갇혀 있어야 했다”며 주최 측의 미숙한 행정 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설 업체에 끌려다니는 교육청…융통성 제로 시스템에 수험생만 피해
가장 큰 문제는 박람회의 핵심인 ‘입시 상담’ 운영 방식이었다. 통상적으로 대입박람회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대기 인원과 상담 시간을 조절하며 유연하게 부스를 운영한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행사 준비와 현장 운영을 사설 업체에 전적으로 맡겼고, 업체의 지침에 따라 일괄적이고 융통성 없는 번호표 제도를 강제했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 관계자 B씨는 “교육청이 사정관 1명당 20분씩, 총 18명만 상담하도록 번호표를 정해서 배부하라고 했다”며 “오전 10시에 오픈하자마자 10시 반이면 모든 번호표가 동이 나버렸고, 늦게 온 수험생들은 번호표가 없다는 이유로 상담 자체를 받지 못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노쇼(예약 부도)가 발생하거나 현장 대기자를 유연하게 받으면 충분히 더 많은 학생을 상담할 수 있었음에도, 업체가 세팅한 방식대로만 끌려다니는 교육청 탓에 상담을 받지 못한 학부모들의 불만과 항의는 고스란히 대학들이 떠안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오후에 상담이 일찍 끝난 대학들조차 행사 종료 시간인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등 불합리한 운영이 잇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타 지역 박람회도 파행 일색…“밥도 안 주고 8시간 상담 강요”
​​​​​​​아주경제 취재 결과, 이러한 지방 대입박람회의 파행은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호남 등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박람회 역시 대학 관계자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도 넘은 갑질 운영이 일상화되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권 대학 관계자 C씨는 “이번 주에 열리는 영남권의 한 박람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8시간 동안 부스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라고 강제하면서, 중식조차 제공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그는 “인간적으로 밥도 주지 않으면서 8시간 내내 떠들라고 강요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택배 배송 날짜까지 주최 측 마음대로 도착일을 엄수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권은 공짜, 아쉬운 대학은 유료”…고무줄 부스비 ‘배짱 장사’
박람회 참가 부스비를 대학 인지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징수하는 악의적인 관행도 폭로됐다. 수도권 대학 관계자 D씨는 “호남권 등 일부 지역 박람회에서는 소위 말하는 ‘서울권 선호 대학’들에게는 제발 와달라며 부스비를 면제해주고, 반대로 신입생 유치가 절실한 지역 대학이나 일반 대학들에게만 부스비를 걷는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한 지역의 박람회 측은 뒤늦게 참가를 결정한 우리 대학에 부스비를 요구하길래 ‘돈을 내야 한다면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돈 안 내도 되니 그냥 오시라’고 말을 바꿨다”며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 행사가 완전히 배짱 장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덜어주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대입박람회가 주최 측의 무능과 사설 업체의 상업성에 휘둘리면서 그 피해는 온전히 수험생과 대학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취재에 응한 각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각 지역 교육청들이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박람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전면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