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오름세 둔화 우려
SK하이닉스 ADR 상장 뒤 차익실현
중동 긴장·AI 지출 부담까지 겹쳐
AP통신에 따르면 13일 오후 장중 SK하이닉스는 10.6%, 삼성전자는 6.7% 떨어졌다. 코스피도 5.6% 내렸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반도체주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충돌까지 격화하면서 낙폭이 커졌다.
외신이 주목한 첫 번째 경고는 이익 증가세 둔화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9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현재 성과보다 하반기 이후 성장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메모리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D램과 낸드 가격도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이터는 “PC와 스마트폰 부품값이 오르면서 고객사들이 추가 구매에 신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가 시각은 엇갈린다. 로이터가 인용한 JP모건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메모리 가격이 하반기 실적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키움증권은 “고객사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약 9% 낮췄다.
두 번째 경고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이후 나타난 매도세다. ADR은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권이다. SK하이닉스 ADR은 지난 10일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12.8%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상장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로이터는 “미국 증시 입성이 마무리되자 투자자들이 그동안 오른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두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HBM4 공급도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은 2분기부터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출하 증가 폭이 예상만큼 크지 않았고,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낮아졌다”고 전했다.
세 번째 경고는 중동 정세와 AI 지출 부담이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다시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브렌트유가 약 4% 뛰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높은 금리가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을 눌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도 충격을 키웠다. WSJ은 “최근 코스피 하락이 지수 비중이 높은 두 반도체주에서 나온 차익실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짚었다.
FT도 AI 반도체주의 높은 몸값과 특정 종목에 대한 자금 쏠림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주요 반도체 기업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일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투자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빅테크의 AI 지출도 향후 주가를 좌우할 변수다. AP통신은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이 그만큼의 생산성과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급락을 반도체 호황의 종료 신호로 보지는 않았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당분간 두 회사의 이익을 받쳐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WSJ과 FT는 “최근의 역사적인 상승세와 높아진 몸값을 고려하면 큰 폭의 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반등 여부는 3분기 메모리 가격과 HBM4 공급량, 미국 빅테크의 AI 지출 계획에 달릴 전망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장기화하면 국내 반도체주도 당분간 크게 출렁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