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로 265억달러 투자 재원 확보
삼성전자 현금성 자산 147조…자금 조달 필요성 낮아
각종 규제 및 법적 부담 등 나스닥 상장 부담 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입성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한국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미국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은 데다 공시와 소송 등 미국 시장 규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실익보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약 265억 달러(약 40조원)의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넬슨 그리그즈 나스닥 사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블록버스터' 상장이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ADR과 기업공개(IPO) 논의를 촉진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증시 선호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잠재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공개 전에 언급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미국 상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초 삼성전자 주요 주주인 미국 자산운용사 아티산파트너스는 "미국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하기 어렵다"며 ADR 상장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해 미국 증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는 상황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자금 조달 필요성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첨단 패키징 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ADR을 통해 확보한 자금 대부분이 신규 생산시설 구축과 첨단 장비 구입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갖추고 있다.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47조원, SK하이닉스는 54조원이다. 미국 증시에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하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해야 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 상장 이후 감당해야 할 규제와 법적 부담도 작지 않다. 미국 상장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해 연차보고서와 주요 경영 현안을 담은 수시 공시를 제출해야 한다. 재무제표는 물론 내부통제와 경영진 보수, 특수관계인 거래, 지배구조 등 공시 범위도 국내보다 훨씬 넓다.
또 사업 포트폴리오가 광범위한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에 따른 부담이 SK하이닉스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사업 구조인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제품 결함이나 소비자 보호, 특허, 개인정보, 경쟁법 등 개별 사업에서 발생한 이슈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공시 책임이나 증권 관련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이 투자 재원 확보가 목적이었다면 삼성전자에는 투자자 저변 확대 외에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제한적"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공시와 소송 리스크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