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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리고 세금 빼돌린 114개 업체 적발…국세청 3195억원 추징

계열사로부터 상품과 외주용역을 고가에 매입하여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을 나누고 유통업체에 접대성 장려금을 지급한 종합식품 제조업체 독과점 사례 개요자료국세청
계열사로부터 상품과 외주용역을 고가에 매입하여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을 나누고, 유통업체에 접대성 장려금을 지급한 종합식품 제조업체 독과점 사례 개요[자료=국세청]

고물가 국면에서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폭리를 취하면서 세금은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업체들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하거나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린 뒤 계열사 부당지원, 사주일가 자금 유출 등으로 소득을 빼돌린 사례 등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물가불안 조장 탈세자 117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올 6월까지 조사가 종결된 114개 업체에서 3195억원을 추징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독·과점 업체, 담합 업체, 외환 부당유출·할당관세 악용 업체, 가공식품·농축수산물·생필품 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예식·장례업체 등이다.

국세청이 확인한 적출금액은 7698억원이다. 이 중 추징세액 상위 10개 업체의 세액 합계는 2480억원으로 전체 추징세액의 약 78%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가진 독·과점 업체 9곳에서 1809억원을 추징했다. 외환 부당유출·할당관세 악용 등 15곳에서는 585억원,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29곳에서는 359억원을 각각 추징했다.

가공식품·농축수산물·생필품 업체 34곳의 추징세액은 204억원, 예식·장례업체 17곳은 140억원이었다. 담합 관련 업체 10곳에서는 98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조세포탈,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칙행위가 확인된 33건을 범칙처분했고, 이 중 13건은 고발 조치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한 종합식품 제조업체는 과점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했다. 조사 결과 이 업체는 유통업체에 접대성 판매장려금 200억원가량을 지급하고 이를 물류비로 변칙 회계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주용역비를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특수관계법인에 약 150억원의 이익을 넘긴 사실도 확인돼 약 200억원을 추징했다.

다른 식품 제조업체는 주요 원재료 국제가격이 하락했는데도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 업체는 거래처가 부담해야 할 파견직원 인건비 약 300억원과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고가 매입한 원재료비 등을 부당하게 비용 처리한 사실이 확인돼 약 90억원을 추징당했다.

할당관세 혜택을 악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 식음료 제조업체는 물량 상한을 우회해 할당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퇴직 직원 명의의 도관업체를 내세워 원재료를 수입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국세청은 관련 매입세액 공제금액 70여억원을 추징하고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 등에 가담한 행위자들을 고발·통고처분했다.

한 대형 F&B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격을 직접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렸다. 조사 결과 원재료 매입 과정에 특수관계법인을 끼워 넣어 고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주고, 계열사 홍보비를 대납하는 등 법인소득 약 700억원을 탈루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 업체에 약 200억원을 추징했다.

모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는 수입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커피 가격을 올렸지만, 정작 사주일가에 가공급여 등으로 20억원가량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주 자녀가 부동산과 주식 취득자금 약 40억원을 지원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돼 약 40억원이 추징됐다.

생필품 제조업체가 제품 가격을 수십% 올리면서 실제 재화나 용역 공급 없이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례도 있었다. 이 업체는 법인소득 약 30억원을 탈루해 약 20억원을 추징당했다.

상조업체의 탈세도 적발됐다. 한 유명 상조업체는 기존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새로 출시하고 기존 상품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올렸다. 조사 결과 공동경비를 초과 부담해 계열사에 약 30억원을 부당지원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사주 자녀와 가사도우미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10여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약 50억원이 추징됐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독·과점 업종, 담합행위가 빈번한 업종, 민생밀접 업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경제 여건을 핑계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면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확인된 업체는 즉시 조사 대상에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조사 과정에서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탈루 여부를 검증한다.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칙행위가 적발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