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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가 밝힌 장윤기 사건…'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으로 확산

  • 경찰 부실수사·증거인멸 의혹, 보완수사 과정서 드러나

  • "경찰 견제 장치 필요"…일부선 "개별 사건 일반화는 신중"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의 상징적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 확보되지 않았던 핵심 증거와 수사정보 유출 의혹이 검찰 보완수사와 경찰관 비위에 대한 후속 수사를 거치며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경찰 수사를 누가 견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장윤기 사건은 당초 잔혹한 강력범죄로 주목받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경찰의 부실수사와 내부 유착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함께 개별 사건을 제도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오면서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의 시험대에 올랐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보완수사가 드러낸 '초동 수사의 빈틈'

논란의 출발점은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들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을 보여주는 정황이 확인됐고, 성인용 인형(리얼돌)과 결박 도구로 추정되는 케이블타이, 범행에 사용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주요 증거물 관리 과정에서도 여러 의문점이 드러났다.

특히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부친이 경찰 압수수색 전 원룸에 들어가 리얼돌과 휴대전화를 폐기한 정황이 확인됐고, 사건 담당 경찰관들이 부친에게 수사 상황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장윤기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케이블타이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수사팀장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지검은 경찰관들의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을 규명하기 위해 광주광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며 직접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도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을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경찰관 개인의 비위가 아니라,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검증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윤기 사건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이 검찰 보완수사와 후속 수사 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개혁 논의와 별개로 보완수사 제도의 기능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1차 수사권을 행사하는 현 체계에서도 수사 과정에서 놓친 사실관계와 증거를 다시 확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반면 국회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 중심의 수사 체계를 강화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 같은 시기에 발생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건이 제도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만으로 충분한가"…검찰개혁의 역설
지난달 9일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에 마련된 이채원 학생 기억공간에서 한 시민이 이 양을 추모하고 있다 이 양은 지난달 5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장윤기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9일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에 마련된 이채원 학생 기억공간에서 한 시민이 이 양을 추모하고 있다. 이 양은 지난달 5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장윤기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의 핵심은 장윤기 사건 자체보다 이 사건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배분 논의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는 평이 적지 않다. 경찰이 초기 수사를 맡더라도 놓친 사실관계와 증거를 검사가 다시 확인하고 보완하는 기능이 있어야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 수사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물적 증거보다 피해자와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만큼 검사가 직접 사건 당사자를 조사하고 추가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선 검사들은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관계를 밝혀 억울한 피의자를 구제하거나 부족했던 증거를 보강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장윤기 사건 역시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던 핵심 정황과 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보완수사와 후속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리의 근거로 거론된다.

법조계는 경찰 조직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올해 초에는 부산에서 전·현직 경찰과 지역 법무법인 관계자들이 수사 정보를 주고받은 이른바 '부산 뇌물 경찰' 사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경찰과 지역 법조계의 유착 구조를 확인했다고 판단했고, 이는 경찰 조직 내부 비위가 특정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된다.

검찰은 이 같은 이유로 경찰 수사를 재검증하는 보완수사 기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도 전국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법무부에 전달했다. 일선 검사들은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면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실효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우며, 경찰관 직무배제·교체 요구 규정도 현행보다 후퇴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건을 곧바로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로 연결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일부 형사법 학계에서는 개별 경찰관의 일탈을 형사사법 체계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기보다 경찰 감찰과 내부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 후 경찰관 친족 사건 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사건 문의 금지 제도와 수사정보 유출 방지 대책을 강화하고, 감찰 결과 비위가 확인되면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엄정히 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목할 점은 검찰개혁에 우호적인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신중한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회원 대상 의견조사에서는 보완수사권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면 폐지보다 많았고, 폐지하더라도 보완수사 요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완수사권 존폐와 별개로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법조계 전반에 존재함을 보여준다.

장윤기 사건은 잔혹한 강력범죄를 넘어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검증하고 통제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사건이 됐다.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 역시 검찰과 경찰 중 어느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수사기관을 누가 견제하고 실체적 진실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서다. 국회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계속되면서 이 사건이 검찰 개혁 논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