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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특별법, SK하이닉스만 비켜가나...용인·청주 '지원 사각지대' 논란

  • 곽노정, 李에 용인·청주 지원 요청...대통령, 사실상 거절 의사 표시

  • 일반산단·기존 거점 이유로 유보...AI 메모리 핵심기지 형평성 도마

SK하이닉스 청주 팹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청주 팹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기지가 반도체특별법 지원망에서 비켜서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생산거점도 특별법 지원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공개 건의했지만, 이 대통령은 지방 신규 생산거점에 대한 전폭 지원 방침을 강조하면서 용인·청주 지원에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AI 메모리 핵심기지가 일반산단·기존 거점이라는 이유로 뒤로 밀리는 셈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곽 사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생산거점에 대한 반도체특별법 지원 필요성을 직접 제기했다. 곽 사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반산업단지여서 특별법 지원을 받기 어렵고, 청주도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용인과 청주까지 지원이 확대되면 하이닉스뿐 아니라 협력사 투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미래 전진기지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약 600조원을 투자해 4개 팹을 짓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50여곳을 함께 입주시킬 계획이다. 2019년 민간 주도 일반산업단지 방식으로 출발한 사업인 만큼 삼성전자가 들어서는 용인 남사·이동 국가산단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문제는 이 차이가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 지원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특별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애초 지역분산용 법이 아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인허가 신속처리와 기반시설 지원, 규제 완화 등을 묶어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자는 취지로 지난 2022년 만들어졌다. 법의 목적이 전략산업 핵심 자산 지원이라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의 핵심축인 용인과 청주가 지원망에서 비켜 있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특히 청주는 더 미묘하다. 청주는 수도권이 아니고 이미 SK하이닉스의 낸드와 AI 메모리 생산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지방 반도체 투자인데도, 반도체 특화단지 지원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호남 신규 거점은 전폭 지원하면서 청주 추가 투자는 왜 별도 검토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답변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용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며 행정적 지원은 당연히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 실제로 할지 말지를 실무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반면 지방 신규 생산거점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새로 지역에 짓는 공장은 정부가 책임지되, 기업이 이미 원해서 짓고 있는 용인·청주는 별도 판단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용인 원삼은 공사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청주는 수도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도체특별법을 신규 지역 분산 투자에만 우선 적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특별법의 본래 취지인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삼성과 SK하이닉스 간 지원 체감 차이와도 맞물린다.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용인 남사·이동 국가산단은 국가산단으로 추진돼 정부 주도 기반시설 지원 명분이 선명하다. 반면 SK하이닉스 용인 원삼 클러스터는 일반산단이라는 틀에 묶여 있다. 같은 반도체 핵심기지라도 산단의 출발 방식에 따라 정부 지원 온도가 달라지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특별법 적용 기준을 지역이 아니라 산업 전략으로 보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규 호남권 투자와 지역균형발전도 필요하지만, 이미 글로벌 AI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용인·청주 지원을 뒤로 미루면 반도체 지원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은 지역을 골라 지원하자는 법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을 빨리 키우자는 법"이라며 "용인과 청주가 일반산단이나 기존 거점이라는 이유로 밀리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역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