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수
  • 코스피 8277.82 133.39-1.59%
  • 코스닥 910.43 59.06+6.94%
  • 달러 1,543.70 7.4+0.48%
  • 유로 1,758.12 6.05+0.34%
  • 엔화 954.23 3.87+0.41%
  • 위안 227.01 1.2+0.53%

[르포] 하루 10명 찾던 예산시장에 1000만명 몰렸다…백종원 "지역 방문할 이유 만들어야"

  • 예산 더본외식산업개발원서 더본코리아 기자간담회 개최

  • 백종원 대표 "특산물·이야기 엮어 관광 거점화…지역과 성장"

  • 충남방적·여주 등 후속 사업도…"지역 맞춤형 모델 구축"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6일 충남 예산군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조재형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6일 충남 예산군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조재형 기자]

“사람들이 그 지역에 일부러 방문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 26일 충남 예산군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드는 조형물을 세워 ‘포토 스팟’을 몇 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각종 논란 이후 공식 석상 노출을 자제했던 그가 이날 꺼낸 화두는 예산시장을 필두로 한 ‘지역개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의 청사진이었다. 백 대표가 제시한 무기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와 고유의 이야기다. 안동 하면 간고등어, 횡성 하면 한우가 떠오르듯 화려한 볼거리가 없어도 오직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보적인 콘텐츠가 관광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이런 지역개발을 단순 사회공헌이 아닌 기업의 중장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정의했다. 그는 “식품회사는 메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쓰는데, 우리는 지역을 살리며 전국 각지의 특산물 데이터를 쌓고 현장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며 “메뉴 개발 데이터 역량은 회사의 엄청난 자산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예산시장은 백 대표의 지역개발 구상을 실험한 첫 무대다. 한때 하루 방문객이 10~20명에 불과했던 이곳은 메뉴 개발과 인프라구축 등 리모델링을 거쳐 2023년 재개장한 이후 지난 5월까지 누적 방문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시장에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남은 건물과 새로 정비된 먹거리 공간이 한데 섞여 있었다. 
 
폐업한 정육점 간판을 살려 운영 중인 ‘신광정육점’에는 앳된 얼굴의 청년 사장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인 김국헌 점주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계기로 외식업에 뛰어들어 예산시장에 정착했다. 김씨는 “더본코리아로부터 재료 손질부터 경영, 위생까지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덕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운영 전반을 세세하게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영상을 보고 특수부위를 맛보러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예산시장 내부 전경 사진조재형 기자
예산시장 내부 전경. [사진=조재형 기자]


시장 한쪽의 ‘골목양조장’에서는 100% 예산쌀로 막걸리를 빚고 있었다. 대전에서 사업을 시작한 박유덕 대표는 예산시장 프로젝트를 계기로 지역에 정착해 프리미엄 막걸리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생막걸리의 짧은 소비기한과 냉장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곳에서 실온 유통이 가능한 살균 탁주를 직접 연구해 냈다”며 “이곳은 단순한 판매점이 아닌 끊임없이 제품을 시험하는 연구개발(R&D) 공간”이라고 자부했다.
 
향후 전개될 지역개발은 예산시장과 같은 대규모 직접 선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 협력 컨설팅 모델’로 진화할 계획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예산시장의 경험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맛과 이야기, 산업과 공간을 바탕으로 지역별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기반 시설을 마련하면 더본코리아는 상권에 맞는 메뉴 개발과 상인 교육, 위생 컨설팅을 전담하는 구조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23년간 방치된 3만평 규모의 예산 충남방적 부지의 복합 콘텐츠화, 삽교시장 곱창특화거리 조성, 전통주 체험단지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또 예산시장의 성공 모델을 여주의 옛 경기실크 공장 부지에 도입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백 대표는 “지역개발의 마지막 단계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이라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면서 칭찬받고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시장 내 신광정육점을 운영하는 김국헌 점주가 26일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예산시장 내 신광정육점을 운영하는 김국헌 점주가 26일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