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6일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CB)까지 발동됐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기술주 약세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가운데 최근 급반등 이후 누적된 반도체 차익실현과 반기말 수급 재조정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락의 트리거는 애플, 오픈AI 등이 거론된다. 애플은 '칩플레이션'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이게 반도체 수요 위축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오픈AI는 기업공개(IPO)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10분 코스피는 장중 8% 이상 하락하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장 초반에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전날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기술주 약세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애플이 제품 가격 인상 발표 이후 6.15% 하락하면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최종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애플 주가 6%대 급락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소식으로 인한 최종 세트 수요 위축 불안이 배경"이라며 "이는 애플과 같은 소비재 업종뿐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도 메모리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게 만들면서 설비투자(CAPEX) 의지가 저하될 수 있다는 노이즈를 생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급락을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수급 요인으로 해석했다.
한 연구원은 "최근 2거래일간 코스피 급반등 과정에서 반도체만 독주했고 이날은 독주한 반도체들에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됐다"며 "동시에 반도체가 편입된 패시브 수급도 이탈되면서 대부분 업종에 걸쳐 매도 압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고 실질적으로 쏠림 현상과 그에 따른 수급 변동성 확대가 오늘 급락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오픈AI의 기업공개(IPO) 연기 검토 소식과 중동 리스크 재부각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배경으로 거론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픈AI는 당초 연내 추진하던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업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계감과 기술주 전반의 변동성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를 이날 국내 증시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보지는 않았다. 한 연구원은 "오픈AI 상장 연기설이나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불확실성 재부각은 사실상 오늘 급락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반기말 포트폴리오 조정이 지목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늘 급락 배경은 6월 말 결제 기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생각한다"며 "한국 주식은 T+2 결제 구조이기 때문에 6월 30일 결제 잔고에 매도분을 반영하려면 6월 26일 거래가 사실상 마지막 유효 매매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급등으로 한국 및 반도체 비중이 크게 확대된 계좌를 중심으로 장전 동시호가부터 외국인 바스켓 매도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국시장에 대한 구조적 이탈이라기보다 반기말 포지션 조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리밸런싱에 따른 조정이 맞다면 이번 조정은 하루에 소화될 이슈이며 길어야 6월 30일까지일 것"이라며 "AI 수요 둔화 우려나 전일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메모리 수요 둔화 등은 부수적인 설명 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명 변수가 펀더멘털에 기인한 추세적 변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