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두 번째 논의를 진행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23일 열린 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6.3%(1680원) 오른 시급 1만2000원을,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시급 1만320원을 제시했다.
이날 노동계는 생계비와 최저임금 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인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위원들은 20년 넘게 동결 또는 삭감을 반복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최저임금법의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노동자 생계비를 반영한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275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보다 약 65만원 부족하다"며 "2026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태생계비는 282만원으로 최저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 1분위 가구는 처분가능소득보다 필수 생계비 지출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을 논하기 전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 1만2000원은 사치나 저축을 위한 돈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존 비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은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한 이후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를 살리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이 한계 상황이라며 동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중이 56.8%에 달하고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높은 최저임금은 소상공인 경영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위원회 조사에서도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하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지불 능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영세 사업장의 생존과 고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응답 기업의 77.6%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경영 부담으로 느끼고 있으며, 62.6%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감내 수준을 넘는 인상이 이뤄질 경우 절반 가까운 기업이 신규 채용 축소나 인력 감원을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모두 법이 정한 결정 기준을 중심으로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공익위원은 "오늘은 최저임금법이 정한 결정 기준을 중심으로 서로의 판단 근거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해를 넓혀야 하는 시점"이라며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결론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오는 29일이다. 다만 법정 심의 시한은 훈시규정이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향후 수차례 전원회의를 통해 노사 수정안을 제출받고 격차를 좁혀나갈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안 의결이 법정 시한을 넘겨 이뤄진 만큼 올해 역시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