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은 900선 붕괴...7개월만에 다시 800대로
23일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코스피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8200선을 간신히 지탱했다. 코스닥은 900선이 무너지며 7개월 만에 800대로 추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단기 급등에 따른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게 급락 요인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미실현 주식투자 이익에 대한 과세 논의가 급락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낙폭 기준으론 역대 최대 기록이다. 등락률 기준으로는 지난 3월 4일(-12.06%)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투자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 매도 물량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1203억원, 4조547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8조5783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급락으로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전장 대비 약 743조원 증발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12.47%, 12.31% 하락하며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전날 종가 기준 '대장주'에 올랐던 SK하이닉스는 주가 급락으로 시총이 1820조9545억원으로 260조원 줄었다. 삼성전자 시총(우선주 제외)도 전날 2066조원에서 이날 1812조3464억원으로 급감하면서 1위 탈환에는 실패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온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코스닥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76.88포인트(7.94%) 내린 891.52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800선으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11월 27일(880.06)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이날 증시 급락으로 시장에선 '과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시총이 역전된 바로 다음날 급락장이 연출된 것과 맞물려 경계심리를 키웠다. 이와 관련해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보고서에서 "현재 강세장 종료 시그널은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순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역전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기업 실적을 과도하게 앞지르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이는 시장 전반에 낙관론이 과도하게 반영된 신호라는 설명이다.
정치권발 과세 논의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주식·부동산 투자로 발생한 미실현 이익도 소득으로 간주해 포괄 과세해야 한다는 내용의 토론회가 개최됐다”며 “미실현 이익 과세 논의가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증시 하방 압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날 급락이 AI 산업의 펀더멘털 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시가총액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가운데 외국인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증시 고점이나 버블 붕괴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