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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30% 급락에도 주유소 기름값은 '요지부동'...7월부터 내리나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이후 국제 유가가 한 달 새 30% 넘게 급락했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2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분 반영 시차와 고환율, 호르무즈 해협 변수 등이 겹치면서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 하락분이 반영되는 7월부터 가격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면서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 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이달 19일 73.61달러로 한 달 새 30.9% 하락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유가가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재명 KB증권 연구원은 "종전 기대가 이미 유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반면 실제 공급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제 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 온도는 다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2008.72원으로 지난 4월 1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유가 하락 효과는 이르면 7월 초·중순께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고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높을수록 정유사 측 원가 부담이 커진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2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후속 실무협상에 돌입했지만 이란이 해협 재봉쇄와 통항료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 경계감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민간 선박에 일종의 통행료가 부과되면 늘어난 운송비 부담이 유가 하락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역시 변수다. 산업통상부는 당초 예정됐던 7차 석유제품 최고가격 고시를 보류하고 현행 6차 최고가격을 연장한 상태다. 최고가격제를 즉시 해제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돼 국내 유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기준 누적 억제분은 휘발유 ℓ당 200원대 후반, 경유와 등유는 각각 300원대와 400원대 중반에 달했다. 유가 하락으로 억제분이 일부 줄어들긴 했으나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미·이란 협상 진전 여부, 국제 유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향후 제도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유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환율과 국제 석유제품 가격, 세금·유통비용 등이 함께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국내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기는 어렵다"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